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동서남북] 태양광은 죄가 없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50국 태양광·풍력 10% 넘어

한국 돈 쏟아붓고도 4.7%

비리·부실·부작용도 속출

내실 다지는 기회로 삼아야

2017년 태양광 발전 비율이 거의 제로였던 베트남은 지난해 10%를 넘었다. 베트남의 태양광·풍력은 2019년 이후 4배 증가했다. 유례없는 성장 사례다. 화석연료(석탄·가스·오일) 발전 비율은 3년 사이 73%에서 63%로 떨어졌다. 덕분에 탄소 배출은 6% 줄이고, 가격이 폭등한 에너지 수입 부담도 덜 수 있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화석연료로 어두운 동남아 하늘 중에서 가장 밝은 곳이자 이 지역의 재생에너지 선도국은 단연 베트남”이라고 했다.

영국의 에너지 분야 싱크탱크인 EMBER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발전량 중에서 태양광·풍력이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해 처음 10%를 넘었다. 이 비율이 10%를 넘긴 나라는 50곳이다. 베트남을 포함해 중국·일본·몽골·아르헨티나·헝가리 등 지난해에만 14국이 늘었다.

지난 5년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은 태양광·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뿐이었다. 여의도 50배 가까운 면적의 숲과 농지를 태양광 패널이 덮었고, 바다에는 남산 서울타워 높이만 한 풍력발전기가 곳곳에 꽂혔다. 그런데도 태양광·풍력 발전 비율은 4.7%로 세계 평균의 절반도 안 된다. 지난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늘고 기술이 발전하면 경제성이 원전을 앞지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도 격차는 여전하다. 1kWh 전력 생산에 태양광은 6.8배, 풍력은 8.1배 원전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든다. 발전 설비 면적도 태양광은 원전보다 170배, 풍력은 34배 더 필요하다.

정권이 바뀌자 곳곳에서 태양광 비리·부실 사례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정부 때도 다음 정부의 첫 적폐 청산 대상이 태양광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여러 의혹이 제기됐으니 당연한 절차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권 카르텔이) 개탄스럽다”고 했고, 여당은 권력형 비리로 규정했다. 금감원은 26조원 넘는 태양광 관련 대출, 사모펀드 부실 확인에 나섰고, 전력기금을 부당하게 지원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376명이 수사 의뢰됐다.

신재생에너지 산업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올 들어 7월까지 새로 설치된 태양광 설비는 작년보다 30% 넘게 줄었다. 업계에선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했던 무리한 속도전이 오히려 산업 전반에 독이 됐다”고 말한다. 시장에 맡겨야 할 것을 정부가 정교한 전략 없이 이념만 앞세워 추진하는 바람에 산업 기반은 무너지고, 국민 인식만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정부가 최근 2036년까지 목표를 잡은 10차 전력 수급 기본계획 초안을 내놨다.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작년에 만든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30.2%에서 21.5%로 크게 낮아졌다. 실현 가능성을 고려했다지만 설비 용량을 지금보다 5배 늘려야 하는 수치다. 일부에선 정책 후퇴라고 비판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이마저도 실현 가능할지 의문이다.

신재생에너지를 포기할 수는 없다. 기후변화 대응은 물론 유럽 에너지 위기에서 보듯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전략적 중요성이 커졌다. 러시아 천연가스에 발등 찍힌 유럽은 원전과 함께 태양광·풍력 투자를 늘리고 있다. 기업들의 신재생에너지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난다.

잘잘못을 따지는 건 당연하지만 지난 정부 때 무턱대고 원전을 죽이던 일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내실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의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은 박근혜·문재인 정부 때 적폐로 내몰려 10년 내내 수사·감사로 이어졌다. 아예 싹을 도려내면서 우리나라 해외 자원 개발은 지금도 암흑기다. 신재생에너지가 자원 개발 사업의 재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전수용 산업부 차장]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