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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등급 한전채 금리 5% 돌파…현금부자들 눈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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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국전력의 올해 영업적자가 최대 4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 회사의 채권 발행금리(쿠폰)가 연 5% 중반까지 치솟았다. 최상위 신용등급으로 사실상 시장에서 국채와 같은 대접을 받는 한전채 발행금리가 5% 중반까지 오른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급증하는 적자를 메우기 위해 한전이 예상을 뛰어넘는 채권 물량을 쏟아내면서 기관들이 외면하자, 발행금리가 더 높아졌고 재무 부담도 덩달아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사상 최악의 영업적자로 고전하는 한전 입장에서는 금리 부담까지 불어나게 된 것이다. 원자재값 급등·공급망·지정학적 위험으로 사업 리스크도 커지고 있는 데다 긴축의 강도까지 날로 높아져 앞으로 한전과 같은 사례가 더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투자처를 물색 중인 현금 부자들은 고금리 회사채에 대한 투자 기회로 보고 매수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6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4일 한전은 3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5% 이상의 금리로 발행했다. 2년물 금리는 5.5%, 3년물은 5.6%, 5년물은 5.62%로 발행했다.

한전채 발행금리는 지난달 26일 연 5%를 넘기더니 이달 초 연 5% 중반까지 고공행진 중이다. 발행 금리가 이렇게 치솟은 것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한전채 3년물은 1년 전까지만 해도 1% 후반~2% 초반대 사이에서 발행된 바 있다.

한전의 조달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심각한 적자 때문이다.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에 한전은 이미 지난해에만 5조86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악이었으나 올해는 상황이 더 나빠졌다. 상반기에만 영업적자가 이미 1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고강도 구조조정과 함께 전기요금 인상 등이 병행되고 있지만 올해 전체 적자는 4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전 내부에서는 누적적자를 해소하려면 가구당 월 전기료를 8만원 이상 높여야 한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본업에서 적자가 날로 커지면서 회사채 시장 의존도는 심각한 수준까지 높아졌다. 연초 이후 지금까지 발행한 한전채 규모는 22조1400억원. 이는 작년 한 해(10조4300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재무 불확실성이 커지고 물량도 많아지자 연기금·공제회·보험사 등 기관들도 한전채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한 증권사 채권매니저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감안하면 기관이 한전채를 소화하기엔 너무 많은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며 "한전채 물량이 회사채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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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기 한전채가 유찰되고, 2·3년물 발행량이 늘어나면서 금리도 덩달아 올랐다. 한전의 장기 신용등급은 'AAA'로 정부 신용도와 동일하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한전은 AAA급 기업이지만 발행량이 크게 늘어나며 시장 가치는 외형 등급보다 낮은 상황"이라며 "실질적으로 기관들과 IB들은 한전채를 AA급 정도로 여기고 거래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지난달 중순부터 국고채와 한전채의 금리 차이(스프레드)는 1%포인트 이상 벌어지며 5일 기준 1.178%포인트(3년물 기준)까지 높아졌다. 국고채 대비 한전채의 가격이 더 떨어졌다는 의미다.

구명훈 키움증권 리테일금융팀 이사는 "올해 채권금리가 오른 데다 한전은 적자의 상당 부분을 채권 발행으로 메우고 있어 2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행금리가 올랐다"며 "채권에 투자하기 상당히 좋은 시기"라고 주장했다. 키움증권이 최근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한 한전 장외채권은 일주일도 안 돼 완판됐다.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15.4%의 이자소득세만 내면 되기 때문에 예금 중 일부를 채권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의 강남권 PB센터장은 "2억~3억원 단위로 매수한 고객들이 제법 있다"고 말했다.

다만 외부 환경 악화가 지속되고, 한전의 재무 상황마저 더 악화될 경우 한전채 금리가 더 올라갈 수 있다. 이때 채권가격이 떨어져 중도에 팔 경우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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