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이준석 사법리스크’ 벗어난 정진석 비대위···정기국회 집중 후 전당대회 본격화할 듯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대위원장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기각과 관련해 입장을 말하고 있다. 법원은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낸 정진석 비대위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 및 각하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법원이 6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의 직무집행을 정지해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이 전 대표 징계 이후 석 달 가까이 이어진 ‘사법 리스크’ 국면에서 벗어날 계기가 마련됐다.

법원이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좌초된 ‘주호영 비대위’ 이후 지난달 출범한 ‘정진석 비대위’는 리더십 안정화를 가져올 수 있게 됐다. 당 내홍이 일단락되면서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 대립 상황에서 대야 전선에 집중하는 동시에 민생 입법과 예산안 통과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여당 지지율 반등이라는 성과를 내야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는 내년 초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는 이날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 전국위원회의 당헌 개정안 의결에 대한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3차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다. 또 정 비대위원장의 직무집행정지(4차)와 지명직 비대위원 6인의 직무집행정지(5차)를 요청한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지난 8월26일 같은 재판부의 주호영 비대위원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 이후 지난달 5일 국민의힘 전국위가 정진석 비대위 출범에 필요한 비상상황을 구체화한 당헌 개정안을 의결한 것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정당이 민주적 내부질서 유지를 위해 당헌으로 대의기관의 조직 및 권한을 어떻게 정할지는 정당의 자유 영역”이라며 “(앞서 가처분 신청 인용 때) 이미 정해진 당헌을 적용하는 경우와 달리 정당에 광범위한 형성재량이 부여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다. 여당 지도부 표정은 모처럼 밝아보였다. 정 비대위원장은 “법원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며 “당내 분란으로 인해 오랜 기간 국민과 당원들께 심려를 끼쳤다. 집권여당이 지도체제를 안정적으로 확립해 윤석열 정부 성공을 튼실하게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번 결정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며 “당의 안정적인 지도체제가 구축돼 아주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사필귀정”이라며 “다시 신발 끈을 동여매고 하나된 힘으로 민생만 바라보고 달리겠다”고 밝혔다.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적어도 사법 측면에서 국민의힘 내홍 사태는 수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지난 7월8일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이 전 대표에 대한 6개월 당원권 정지 결정 이후 권성동 원내대표의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당대표 공백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 하지만 같은달 26일 권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를 지칭한 ‘내부총질 당대표’ 문자 메시지를 노출하면서 권 원내대표 책임론이 불거졌다. 국민의힘은 지난 8월 이를 주호영 비대위 체제로 돌파하려 했으나 비대위 출범으로 당대표에서 해임되는 이 전 대표의 사법 대응을 불러왔다. 같은달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주호영 비대위가 좌초된 뒤 당헌 개정을 거쳐 정진석 비대위가 출범했지만 언제 전복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본안 소송이 남아있고 이 전 대표가 추가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지만, 당 진로에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 비대위원장은 “(이 전 대표의 추가 법적 대응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 전 대표가) 적당한 선에서 멈추기를 바란다”며 “법적 쟁송을 이어간다면 따라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쓴 글에서 “지금까지 두 번의 선거에서 이겨놓고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 때로는 허탈했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덩어리진 권력에 맞서 왔다”며 “의기 있는 훌륭한 변호사들과 법리를 가지고 외롭게 그들과 다퉜고 앞으로 더 외롭고 고독하게 제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일단 법원 결정을 수용하면서, 정치 행보를 이어나갈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도 이날 일제히 “법원 결정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상적인 당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한 전당대회 일정 등을 놓고 갑론을박이 오갔던 불확실한 당 상황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당내에서는 법원에서 정진석 비대위가 좌초될 경우 주 원내대표가 당대표 역할을 맡아 조기에 전당대회를 치르는 방안이 거론돼 왔다. 이 경우 이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대한 추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가능성이 컸다.

이제 정진석 비대위에 정당성이 부여되면서 오는 12월 초까지 진행되는 정기국회에서 윤석열 정부를 향한 야당의 공세에 맞선 뒤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정 비대위원장은 전당대회 준비에 필요한 실무적 시간 등을 이유로 내년 1~2월 전당대회를 유력하게 거론한 바 있다. 주 원내대표는 “정기국회가 끝나고 전당대회 (일정을) 시작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권 주자들의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김기현 의원 등 유력 당권 주자들은 법원 결정 직후 일제히 입장을 내놨다. 김기현 의원은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 하루 빨리 당을 정상체제로 회복시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이끌어내야 한다”라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은 “이제는 총선 승리를 위해 분열을 멈추고 모두가 다시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최근 활발한 정치활동을 통해 윤 대통령 비판 목소리를 높여가는 유승민 전 의원은 “우리 모두는 그동안의 혼란과 국민의 불신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 백래시의 소음에서 ‘반 걸음’ 여성들의 이야기 공간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