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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힘 빠졌나…사우디 감산 퇴짜에 '세상 변했다'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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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들, 러시아와 손잡고 유가 떠받치기 모양새

미 "걸프국은 중·러와 한패" 볼멘소리…일각선 "경기침체 대비책일 뿐" 반론도

연합뉴스

올해 7월 빈손귀국 논란 부른 바이든 사우디행
[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굴욕도 감수하며 사우디아라비아에 석유 증산을 요청했으나 잇따라 무시당하자 외교 정책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바이든 행정부에 타격을 주려는 사우디의 의도가 깔린 행보라는 분석과 함께 그만큼 미국의 중동 영향력이 약화했음을 방증한다는 관전평도 나온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주요 비회원 산유국 모임인 OPEC+는 원유 생산량을 하루 200만 배럴씩 줄이기로 5일(현지시간) 합의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대치하는 상황에서 나온 이 결정은 그대로 미국에 대한 모욕으로 비친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미국의 걸프 우방국 발언권이 큰 OPEC+에는 러시아가 추가 제휴국으로 참여한다.

특히 이번에 감산이 합의된 회의에는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에 서방의 제재를 받는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부총리가 참석했다.

노박 부총리는 러시아 에너지 산업에 대한 서방의 제재를 약화하기 위해 다른 산유국과 협력을 주도하는 핵심 인사다.

이런 회의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폭의 감산이 이뤄지자 사우디, UAE가 노골적으로 러시아 편을 들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을 통제해 전쟁자금 수혈을 막으려 했으나 그간 고유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서방은 러시아산 석유가격 상한제 등 향후 대러 제재와 물가안정 정책을 시행하는 데 OPEC의 협조가 절실한 터라 더욱 신경이 곤두선다.

게다가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움직이는 최대 변수가 물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도 이번 합의는 바이든 정권을 자극하는 면이 있다.

바이든 정부로서는 이번 감산을 막기 위해 다각적인 외교력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CNN방송에 따르면 아모스 호치스타인 미국 국무부 에너지안보 특사를 비롯한 고위 관리들이 이번 합의를 막는 임무에 투입됐다.

사우디의 공개적 퇴짜 앞에 당장 백악관에서는 분노를 겨우 억제한 듯한 목소리가 나왔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장은 공동성명에서 "근시안적 결정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오늘 결정은 OPEC+가 러시아와 보조를 맞추는 게 확실하다는 점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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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연방 의회에서는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발언이 쏟아졌다.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크리스 머피(민주·코네티컷) 의원은 트위터에 "인권 유린, 터무니없는 예멘 전쟁 등에도 걸프국에 무기를 팔지만 이들 국가는 국제 위기가 닥쳤을 때 미국 대신 중국과 러시아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 칸나(민주·캘리포니아) 하원 의원은 "사우디가 미국을 등치고 푸틴(러시아 대통령)에게 힘을 실으려 한다면 무기나 항공기 부품을 팔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우디의 이 같은 비협조적 태도는 이미 확인된 시류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7월 사우디를 찾아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증산을 촉구했으나 뚜렷한 성과 없이 귀국했다.

바이든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을 지시한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왕세자에 대해 거리를 두다 인플레를 견디지 못하고 먼저 찾아가는 굴욕을 감수했지만 아무것도 챙기지 못했다.

그는 오히려 사우디행 때문에 국내에서 신랄한 비판을 받아야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나타난 사우디의 행태를 두고 시대가 변했다는 진단을 내렸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쓰라린 경험에서 얻는 교훈이 있다면 미국 대통령이 우호관계나 외국의 공격을 막아주겠다는 약속을 내세워 사우디에 호의를 요구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사우디가 주도한 이번 합의가 미국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OPEC+의 이번 결정은 회원국들이 목표 생산량에 미달한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하루 100만 배럴 감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러시아에 할당될 감산량은 이미 제재에 따른 생산 부진으로 현실에 반영된 수치인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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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최대폭 감산 발표하는 산유국 대표들
(빈 EPA=연합뉴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장관(가운데)이 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국으로 구성된 산유국 협의체 'OPEC 플러스'(OPEC+)는 이곳에서 열린 각료급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11월부터 하루 원유생산량을 이달보다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2022.10.06 jsmoon@yna.co.kr


그 때문에 이번 OPEC+의 결정에도 국제유가는 오르기는 했으나 크게 치솟지는 않았다.

OPEC+의 감산을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는 "이번 감산은 징벌적인 정치행위가 아니라 글로벌 석유 수요의 급감을 불러올 경기침체를 두려워한 것"이라고 해설했다.

실제로 지난달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일제히 인상함에 따라 글로벌 석유 수요가 줄 것이라며 내년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125달러에서 108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컨설팅업체 포린 리포츠의 석유산업 전문가인 매슈 리드 부회장은 "사우디가 올해 들어 급격히 줄어든 러시아의 시장점유율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는 거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가 러시아 편을 드는 것으로 이번 합의를 규정하는 것은 어리석다"며 "휘청대는 글로벌 경제와 (향후 대외전략을 위한) 더 큰 그림 때문에 나온 합의"라고 주장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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