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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만에 '가처분 악몽' 끝낸 여당…이준석 추가 징계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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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8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이준석 전 대표를 징계 처분하면서 시작된 ‘이준석 사태’가 90일 만에 소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날 서울남부지법은 이 전 대표가 제기한 당헌개정 효력정지, 비대위원장 및 비대위원 6인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을 모두 기각했다. 국민의힘은 8월 26일 법원이 ‘주호영 비대위’를 직무 정지한 뒤 한 달 넘게 당을 옭아맸던 가처분 악몽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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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직무집행 효력 인정 결정에 대한 입장을 말하는 도중 미소를 짓고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합의51부는 이날 이준석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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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핵심 쟁점인 국민의힘의 당헌 개정안이 문제가 없다고 봤다. 앞서 국민의힘은 8월 가처분 인용 때 당의 발목을 잡은 불명확한 ‘비상상황’ 개념을 구체화하기 위해 ‘선출직 최고위원 및 청년최고위원 중 4인 이상의 사퇴’라고 당헌을 개정했다. 이 전 대표 측은 이 당헌 개정이 결과적으로 이 전 대표의 대표직을 박탈하는 처분적 성격의 소급 적용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정당이 민주적 내부질서 유지를 위해 당헌으로 대의기관 및 권한을 어떻게 정할지는 자유”이라며 “개정 당헌이 헌법이나 법률에 명백히 위반되거나 선량한 풍속 및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소급입법 금지 논란에 대해선 “정당 당헌에도 적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당헌 개정안을 인정하면서, 이를 근거로 탄생한 정진석 비대위의 효력도 자연스럽게 인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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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화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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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국민의힘은 내년 전당대회 전까지 정진석 비대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의 투톱 체제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정 위원장은 법원 결정 직후 “이제 이 전 대표와 관련해서 더는 논평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 여당 지도 체제를 안정적으로 확립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튼실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당연한 결정”이라고 했다.

차기 당권 주자들도 잇따라 입장을 냈다. 김기현 의원은 “만시지탄이지만 법원이 이제라도 정상적 판단을 내린 것은 다행”이라고 했고, 안철수 의원은 “이제 혼란을 정리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이 전 대표는 “외롭고 고독하게 제 길을 가겠다”고 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가처분 재판을 맡은 황정수 재판장님 이하 재판부에 감사하다”며 “두 번의 선거에서 이겨놓고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 때로는 허탈했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덩어리진 권력에 맞서 왔다”고 말했다. 그간 친윤계를 겨냥해 비판 목소리를 냈던 김웅 의원은 페이스북에 “법원의 결정은 존중돼야 하지만 제비를 쏜다고 봄을 멈출 순 없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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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9월 14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떠나기 위해 차에 타는 모습.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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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체제가 언제 뒤집어질지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리던 국민의힘은 오랜만에 전열을 재정비할 기회를 잡았다. 여당은 대선과 6·1 지방선거에서 연승하고도 고난의 시기를 보냈다. 친윤계와 이 전 대표의 충돌 속에 내홍이 불거졌고, 당 밖에선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 등이 터져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동반하락했다. 하지만 정진석 비대위가 정당성을 인정받으면서 정진석·주호영 투톱 진용을 꾸리고, 내년 차기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추진할 동력을 얻었다. 당 관계자는 “가장이 뒤바뀌는 혹독한 집안싸움에서 벗어나 야당과의 경쟁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당 윤리위원회(위원장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도 한숨을 돌렸다. 윤리위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를 심의한다. 만에 하나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했다면 윤리위는 역풍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전 대표를 제명하거나 탈당 권유하는 초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 이 전 대표를 내쫓아 ‘대표 궐위’ 상태를 만들지 않으면 추가 비대위를 구성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처분 기각으로 윤리위의 선택지가 넓어졌다. 일각에서는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 2~3년 수준의 처분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전 대표는 7월 8일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2023년 1월 8일까지 정지)을 받았는데, 징계 기간이 2~3년 늘어나면 내년 전당대회는 물론 2024년 총선까지 당원으로서 관여할 수 없다. 징계 수위는 제명이나 탈당권유보다 낮지만 이 전 대표에겐 이에 준하는 치명적 처분인 셈이다. 당 관계자는 “윤리위가 가처분 분쟁 가능성이 큰 제명 처분보다 추가 당원권 정지를 택하지 않겠냐는 예상이 의원들 사이에 많다”고 말했다.



행동반경 좁아진 이준석, 장외 여론전 이어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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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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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지난 8월 가처분 인용으로 기세를 한껏 올린 이 전 대표의 행동반경은 순식간에 좁아졌다. 장외 여론전이나 자신에게 우호적인 당원 가입을 유도하는 전략이 이 전 대표 앞에 남은 현실적 선택지다. 추가징계 수위에 따라 전당대회나 총선 등 여당의 굵직한 정치 이벤트에서 배제될 수 있는 것도 ‘정치인 이준석’ 입장에선 뼈 아픈 부분이다.

이날 국민의힘 비대위는 14일 만료 예정이던 이양희 위원장과 윤리위원 임기를 1년 연장했다. 이 위원장에게 다시 윤리위 키를 맡긴 것은 추가 징계에 따른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 등 다툼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당 중진의원은 “임기 연장으로 기한에 여유가 생긴 만큼 이 전 대표에 대한 최종 판단을 미룰 가능성도 있다”며 “총선 등을 제대로 치르려면 당과 이 전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갈등을 봉합할 계기가 마련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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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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