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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인간 수준 반도체 만든다"... 삼성전자, 메모리 감산 않는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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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5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 2022'에서 메모리사업부장 이정배 사장이 메모리 반도체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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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도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데이(Samsung Tech Day) 2022’에서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미디어 브리핑에서 메모리 감산 계획을 묻는 질문에 “현재로선 (메모리 반도체 감산에 대한) 논의는 없다”고 답했다. 한 부사장은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게 (삼성전자의) 기조”라며 “그러나 심각한 공급 부족·과잉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침체와 수요 감소로 경쟁업체들이 잇따라 감산 계획을 내놓는 상황에서 이 언급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미국 마이크론은 생산량을 줄이고 내년 회계연도 투자를 30%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낸드 플래시메모리 ‘빅3’인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 메모리)도 최근 메모리 생산을 30% 줄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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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가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데이 2022' 미디어 브리핑에서 한진만 부사장(왼쪽 첫번째) 등 삼성전자 경영진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부사장은 낸드 플래시메모리 업계의 단수(段數) 경쟁에 대해서도 “낸드는 몇 단을 쌓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생산성이 핵심”이라며 “더 경제적이고 좋은 솔루션을 시장에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낸드 업계에서는 ‘3D 적층’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셀을 쌓아 올릴수록 적은 비용으로 고용량 제품을 만들 수 있어서다. 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은 올해 200단 이상의 V낸드 기술을 공개했다. 현재 176단 V낸드를 생산 중인 삼성전자는 올해 230단 이상, 2030년까지 1000단의 적층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번 테크데이에서 삼성전자는 ‘인간 수준에 가까운’ 기능의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스템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공표한 삼성전자의 계획이 구체화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두뇌 역할을 하는 SoC(System on Chip)을 비롯해 이미지센서(눈), 통신용 칩(신경망·혈관), 전력 반도체(심장·면역체·피부)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말 그대로 사람의 기능에 근접하는 반도체를 구현하겠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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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박용인 시스템LSI 사업부장 사장은 “사물이 사람처럼 학습과 판단을 해야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인간의 두뇌·심장·신경망·시각 등의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SoC·이미지센서·DDI(디스플레이 구동칩), 모뎀(통신 칩) 등 제품의 주요 기술을 유기적으로 융합하는 '통합 솔루션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감산을 검토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이번 테크데이를 통해 제품 경쟁력과 메모리-시스템반도체 시너지를 통해 불황의 파고를 넘겠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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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삼성전자는 참고자료를 통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의 미래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초연결 등을 통한 혁명”이라고 전제하고 “DX 시대에는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기술의 발전이 필연적”이라고 했다. 이어 “메모리 반도체와 AI프로세서를 결합(HBM-PIM, CXL 등의 기술)하거나 D램 모듈에 AI엔진을 탑재(AXDIMM 기술)하는 등 신기술은 단순히 미세공정 개발만으로 DX에 대비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의 융·복합을 통해 전통적인 메모리 반도체의 기능을 뛰어넘어 보다 능동적인 소자(素子)로 거듭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삼성전자의 차세대 저장 장치를 정보기술(IT) 회사나 연구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인 ‘삼성 메모리 리서치 클라우드(SMRC)를 열어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삼성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메모리나 시스템 반도체 각각으로 승부하는 게 아니라, 두 제품의 융합과 시너지를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번 테크데이의 내용은 경기침체에도 DX 수요는 늘어날 것이며 AI 메모리 반도체와 인간의 신경망 같은 시스템반도체의 시너지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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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 2022'에서 시스템LSI사업부장 박용인 사장이 인간의 기능에 근접한 시스템반도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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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관계자는 “인간의 두뇌와 오감(五感) 역할을 하는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이며, 현재에도 약 900여개의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면서 “모바일 중심 사업영역에서 벗어나 가전, 차량용 반도체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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