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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부, 공문 대신 이메일 지시 '꼼수' 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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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기관 인사·조직개편 전면중단' 요구, 법적근거 부족... 국토부 "장관으로서 최소한의 요청"

오마이뉴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9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경제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수흥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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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국토부)장관이 '공공기관 혁신'을 명분삼아 산하 공공기관 인사·조직개편 전면중단 지시를 하자 국토부가 공식 문서가 아닌 이메일로 이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적 문제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 혁신행정담당관실은 지난 6월 23일 한국도로공사, 국가철도공단,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28개 공공기관에 이메일로 "공공기관별 자체 혁신방안을 6월 30일까지 수립하라"며 "혁신방안을 수립하는 동안은 기관 내 인사, 조직개편 등을 중단하라"고 알렸다. 이날 오전 11시에 원희룡 장관이 긴급회의를 열고 "공공기관의 비정상적인 관행을 앞장서 개혁해야 한다"며 지시한 데에 따른 전달사항이었다.

그런데 인사와 조직개편은 공공기관의 고유 업무에 해당한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역시 '기획재정부장관과 주무기관의 장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자율적 운영이 침해되지 않도록 이 법이나 다른 법령에서 그 내용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경우에 한정해 감독한다'며 위탁 사업, 경영지침 이행 사항 등에 한해 정부의 지휘·감독권을 인정하고 있다. 도로공사법 등 공공기관별 관련 법도 이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국토부 허락받으라는 것"... 압박성 감사, 낙하산 논란도

예를 들어 LH의 직제규정 시행세칙의 경우 "하부조직 및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조직의 설치운영에 관한 사항은 사장이 따로 정한다(제3조 2항)" "부서별, 직급별 및 직군별 정원은 사장이 따로 정한다"는 식으로 인사와 조직개편이 사장 권한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국가철도공단 직제규정 시행세칙 역시 부서별 정원, 보직 부여 등 인사와 조직개편 문제는 이사장의 권한사항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국토부가 산하 기관의 인사와 조직개편을 전면중단할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휘·감독권을 내세웠고, 이후 산하 기관들에선 대략 9월 말까지 인사와 조직개편 업무가 전면중단됐다. 직원 퇴직 등으로 인사조치가 불가피한 곳들은 국토부와 협의 후 업무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사업을 진행하려면 인사나 조직을 조정해야 하는데 국토부 허락 받을 때까지 가만히 있으라는 뜻"이라며 "다른 정부들과 비교해도 처음 있는 일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공공기관장들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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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현준 전 LH사장, 김진숙 전 도로공사 사장, 권형택 전 HUG 사장.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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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몇몇 기관장들은 사표를 던졌다. 김현준 LH사장은 지난 7월 말 한덕수 국무총리 등이 조직의 기강 해이 문제를 언급한 직후에, 김진숙 도로공사 사장은 원희룡 장관의 고강도 감찰 지시가 알려진 지 이틀 만인 9월 23일에 물러났다. 권형택 HUG 사장 역시 국토부가 6월 중순께 종합감사를 실시한 데 이어 정밀감사에 착수하자 5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들은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로 1년 안팎의 임기가 남아있는 상태였다.

한국공항공사와 국가철도공단은 '낙하산 인사' 논란까지 불거졌다. 노조에 따르면 국토부는 현재 한국공항공사 전략기획본부장과 국가철도공단 부이사장 후보로 퇴직 간부 추천을 준비하고 있다. 두 노조는 공직자 퇴직 후 3년간 유관단체 취업을 금지한 공직자윤리법 17조 위반이라며 문제 제기 중이다. 이석범 한국공항공사 노조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다른 공공기관에 물어봐도 실무책임자인 상임본부장이 외부에서 온 사례가 없다"며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국토부의 '인사·조직개편 전면중단 지시'도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공식문서로 내려왔으면 저희가 분명히 문제 제기했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국토부가 공문이 아닌 이메일로 지시사항을 전달한 것 역시 '꼼수'라고 의심했다. 그는 이어 "한국공항공사 감사가 끝없이 진행되고 있다. 제가 공항에서 거의 30년 근무했는데, 이런 감사는 처음"이라며 "내년 봄 상임이사들 임기가 끝나는 시기에 맞춰서 '나올 때까지' 감사하는 것 같다"고 했다.

국토부 "지도·감독권 가진 장관으로서 최소한의 요청한 것"

국토부 관계자는 6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주무부처 장으로서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다"며 "당시 혁신안을 수립하도록 했고, 그에 따라서 조직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당분간은 조직이나 인사를 어느 정도 중지시킬 필요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혁신안이라는 게 어떤 업무는 다른 기관 이관을 검토할 수 있고, 어떤 부분은 업무를 줄이거나 늘릴 수 있다"며 "그러니까 (산하 기관들에게) 조금만 참아달라고 했던 것"이라고 했다.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지도·감독권을 갖고 있는 장관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요청을 할 수 있다고 봤다"고 답했다. 그는 "지금은 혁신안을 수립해서 기재부에 제출, 검토를 받는 과정 중이다. 10월부터 심의에 들어가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라며 "현재 혁신안에 맞는 조직개편이나 인사 등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혁신안의 방향이나 범위 내에서 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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