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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미 공급과잉… 왜 계속 짓는지 모르겠어요”… ‘미분양 1위’ 포항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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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52만명에 불과한 도시에 아파트를 너무 많이 짓는거 같아요. 미분양이 더 늘어나지 않을지 우려됩니다.”(60대, 남, 포항 거주)

지난 4일 서울에서 KTX를 타고 두 시간 남짓 걸려 도착한 경상북도 포항시. 포항역에 내리자 마자 눈에 띈 것은 건너편 북구 이인지구 도시개발사업지구 내 들어서는 아파트 공사 현장이었다. 한화포레나포항과 포항역삼구트리니엔 공사현장으로 각각 2192가구, 1156가구 대단지다. 포항에 청약광풍이 불던 2021년 분양한 이 아파트들은 각각 평균 5.52대1, 4.57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허허벌판인 입지적 약점에도 포항역과의 근접성과 포항시내로 향하는 도로 개설 등으로 덕을 봤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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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포항KTX역에서 바라본 경북 포항시 북구 이인지구의 모습./조은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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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 지난 지금 포항 부동산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도시 곳곳에 대단지 아파트가 끝없이 들어서면서 포항은 ‘전국 미분양 1위’의 오명을 쓰게 됐다. 올해 8월말 기준 미분양 주택 수는 4209가구.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포항융합기술산업단지와 남구 오천읍에 집중돼 있던 미분양 아파트는 이제 북구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7월말 계약을 마감한 북구 양덕동 힐스테이트 환호공원(2994가구)은 미분양 가구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인근 공인중개소에서는 3분의 1 가량이 집주인을 아직 찾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포항시 북구 양덕동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132만7142㎡(약 40만평) 규모의 환호공원을 끼고 있어 친환경적인 아파트라고 처음엔 인기가 좋았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1000가구 정도가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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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북구 양덕동에 위치한 힐스테이트 환호공원 공사현장./조은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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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에서 차로 20여분 떨어진 남구 오천읍은 포항 미분양의 진앙지다. 포항시 미분양 주택 대부분은 외곽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 곳이 대표적이다. 포항 아이파크와 남포항태왕아너스, 더트루엘 포항 등이 대표적이다. 아직은 공사 초기 단지여서 현장에는 펜스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주변에 편의시설이 거의 없는 것으로 봐서 미분양의 이유를 추정할 수 있었다. ‘선축순 동호수 지정 계약’ 등의 광고판 만이 난무했다.

포항의 한 개인택시 기사는 “이곳 오천읍은 포항 시내에서도 거리가 한참 먼 외곽”이라면서 “해병대훈련소와 미군부대가 근처에 있어 주거지로 크게 인기가 있는 동네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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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에 위치한 포항 아이파크 공사현장./조은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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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미분양 사태는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도 상당한 규모의 공급이 예정돼 있어서다. 실제로 도시 곳곳에는 크고 작은 아파트 단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빅데이터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달부터 2026년까지 포항 전체에 공급되는 아파트는 총 1만9866가구. 약 2만가구가 더 공급되는 셈이다.

이에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질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포항시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월대비 0.10% 하락했다. 남구는 0.19% 내려 북구(-0.02%)보다 낙폭이 더 컸다.

포항시 북구 득량동에 거주 중인 한 시민은 “지난 폭우로 포스코 공장이 가동을 멈춘 상황이어서 도시의 활력이 많이 떨어졌다”면서 “경기도 좋지 않은데 아파트를 이렇게 무작정 지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포항의 기존 주택시장도 침체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전체 아파트의 거래량은 예년에 비해 상당폭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아실에 따르면 포항시 남구의 경우 올해 들어 이달 5일까지 거래량이 1895건, 북구는 4120건으로 전년(3535건, 9532건)대비 절반 수준이다.

포항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신축의 공급이 많아지면서 기존 구축 주택시장의 거래는 말 그대로 얼어붙은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2017년 포항 지진사태로 외부인 투자가 일제히 끊기면서 부동산 시장이 정체된 상황이다.

지진 직후인 2018년 포항 전체 거래량은 3173건에 불과했다. 2년 전부터 이사를 계획 중인 한 시민은 “지진사태가 일어나면서 사실상 주택거래가 거의 안 되다시피 했다. 이후 분양물량이 쏟아지면서 기존주택에서 새 주택으로 옮겨가는 거래가 있었지만, 기존 주택을 파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남구를 중심으로 한 포항의 개발사업이 입지선정에 착오가 있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총 2만 가구로 물량도 물량이지만, 수요가 있는 곳에 입지를 선정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포항 남구가 하나의 도시개발사업지구로 만들어 지면서 공급이 집중됐다”면서 “포항은 북구가 중심인데 북구 거주자들이 이주를 할 거라고 본 예상과는 결과가 달랐다”고 했다. 그는 “입지선정에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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