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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심각한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우리 아이들마저 병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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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포함 '1020' 중독자 급증…본격 '마약중독' 가는 통로 될까 우려

10·20대 마약중독 실태조사 없어…'마약류의료쇼핑방지망' 이용률 저조

연합뉴스

마약류 의약품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조현영 기자 = 마약성 진통제와 식욕 억제제, 마취제 등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 문제가 점점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어린 청소년을 비롯한 10·20대 젊은 층의 마약성 의약품 오남용 사례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런 마약류 의약품을 자주 복용하는 습관을 들인 사람은 실제 마약 중독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은 만큼 정부 차원의 특단 대책이 요구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이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대 펜타닐 패치 처방량은 2019년 4만4천105개에서 2021년 6만1천87개로 38.5% 늘어났다.

이 기간 전체 펜타닐 패치 처방량이 348만6천800개에서 339만4천730개로 오히려 줄어든 것과 달리 특히 20대에서만 처방량이 가파르게 늘어난 것이다.

펜타닐 패치는 아편, 모르핀 등과 같은 계열의 진통·마취제다. 피부에 부착하는 패치 형태로, 1매당 3일(72시간) 정도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를 낸다.

약효가 헤로인의 100배, 모르핀의 200배 이상으로 효과가 큰 만큼 중독성이 강한데, 이용이 간편하다 보니 10대 이하에서도 꾸준히 처방되고 있다.

특히 20대 펜타닐 패치 처방 건수와 환자 수는 같은 기간 비슷한데, 처방량이 늘어난 것은 오남용 사례가 더 많아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인터넷에 우울증과 두통에 좋다고 알려진 마약성 진통제 옥시코돈도 중독 사례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강기윤 의원실에 제출한 사례에 따르면 한 20대 남성은 두통을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 중 알게 된 옥시코돈을 처방받기 시작하면서 4년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중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마약류 의약품으로 분류된 식욕 억제제도 의료기관에서 무분별하게 처방하면서 10~20대 접근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복지위 소속 김미애 의원이 식약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충청 지역 A 가정의원과 수도권 B 정신과 의원은 의료용 마약류 식욕 억제제를 한 해 평균 19만4천여 건, 25만6천여 건 처방했다.

젊은 층의 마약류 접근이 쉬워지면서 불법 마약에 빠지는 범죄도 최근 가파르게 늘고 있다.

10대 마약사범은 2017년 119명에서 2021년 450명으로 3.8배 늘었고, 20대 역시 같은 기간 2천112명에서 5천77명으로 2.4배 늘었다.

기존 마약 중독으로 단속된 이들은 법망을 피하고자 마약류 의약품을 불법 마약류 대체품으로 악용하기도 하며 문제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마약류 사용으로 생긴 우울증 등을 이유로 향정신성의약품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치료를 이유로 든다면 제재하기 어렵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필로폰 문제가 있던 사람이 다이어트 약제인 펜터민이 비슷한 효과가 있다고 해 대용으로 남용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10~20대 마약 중독은 늘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실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복지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중독으로 치료를 받은 10~20대 환자는 167명으로 2017년 87명에서 9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마약중독 환자 수가 32% 증가한 것과 비교해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상황이 이런데도 마약 실태조사가 성인만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문제가 지적되자 내년에 청소년 대상 마약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식약처에서는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를 도입했지만, 현장 이용률은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식약처는 마약류를 과다하게 또는 중복해서 처방하는 등 오남용이 우려되는 경우 처방·투약하지 않도록 의사가 환자의 마약류 투약 이력을 진료·처방 시 확인할 수 있는 '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 도입되던 2020년 6월에는 식욕억제제, 프로포폴, 졸피뎀에 한정해 운영하다가 2021년 3월부터는 전체 마약류 성분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지난 7월에는 개인용 컴퓨터뿐 아니라 모바일로도 투약 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했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정보망 사용 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유 등으로 이력 검토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인용 컴퓨터를 사용하는 경우 조회할 때마다 로그인, 환자 정보 입력, 휴대폰 SMS·공동인증서·디지털원패스 등으로 사용자 인증의 세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보망 이용률도 저조한 편이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실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정보망 이용 횟수는 3만1천여 건이고 조회 의사 수는 2천여 명에 불과하다. 같은 해 전체 마약류 처방 건수가 1억 건이 넘고, 처방 의사 수는 10만3천여 명인 것과 비교하면 이용률이 매우 낮은 편이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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