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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취재파일] 5년 만의 현무 추락…주눅 든 군을 향한 돌팔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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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일본 통과 발사에 대응해 한미 군 당국이 연쇄적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제(4일)와 어제 전투기 공격편대의 폭격, 미사일 발사에 이어 오늘은 미 핵항모 동원 한미일 동해 연합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우리 군이 뼈아픈 실수 한 가지를 했습니다. 그젯밤 현무-2C 미사일이 발사 직후 추락해 굉음과 섬광을 내며 연소한 것입니다. 강릉의 미사일 발사 부대 주변 주민들은 아닌 밤중 홍두깨 같은 봉변을 당했습니다. 군이 사고 사실을 관계 기관에 전파하지 않아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두려움에 떨어야 했습니다. 미사일이 민가에 떨어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입니다.

물과 기름인 여야가 어색하게 한 목소리로 군을 질타했습니다. 여론도 싸늘합니다. 제 잘못이 맞으니 군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군인들 안 다쳤냐", "병사들은 괜찮냐"고 묻는, 군을 향한 작은 애정조차 보이지 않아 좀 아쉽습니다. 오발은 병가지상사입니다. 총과 포, 미사일을 만지는 군인들은 언제나 오발의 위험을 각오하며 훈련하고 또 훈련합니다. 현무-2C가 지긋지긋할지라도 사고 조사 끝나면 다시 쏴야 합니다. 오발 사고는 또 날 것입니다. 그때도 군은 욕받이 신세라고 생각하니 삭막합니다.

군이 백번 잘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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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젯밤 현무-2C 미사일 추락 사고로 부대 내 시설 안에서 화염이 일고 있다.


강원도 강릉의 공군 모 부대에서 그젯밤 발사된 현무-2C는 비정상 비행 후 추락했습니다. 동쪽을 겨냥했지만 서쪽으로 날아갔고, 탄두는 발사지점에서 1km, 추진체는 1.4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습니다. 탄두 발견 장소에서 700m 거리에 민가가 있었습니다. 자칫 대형 사고로 번질 뻔했습니다.

현무-2C는 올해 북한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3차례 대응 사격에 동원됐습니다. 앞서 2번은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번 사고 미사일도 이전과 다름없이 외관 검사는 물론 각종 사격 시스템 및 절차의 점검을 거친 뒤 발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럼에도 숨겨진 결함을 못 찾았으니 이는 군의 잘못입니다. 군은 국방과학연구소, 생산업체 등과 합동으로 추락 원인을 분석하고, 다른 현무-2C들도 전수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그젯밤 사격에 앞서 해당 군부대와 관계 기관, 그리고 지역 어촌계장, 이장 등으로 구성된 합동 홍보팀이 부대 주변 사람들에게 미사일 발사를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미사일 추락이라는 우발사고가 발생한 뒤 군은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즉시 지자체, 소방서 등에 사고 사실을 알려 주민들에게 전파되도록 했어야 했는데 손을 놓았습니다. 군의 두 번째 잘못입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빅 마우스 정치인들이 큰 소리로 군을 몰아붙이니 여론이 좋아질 리 없습니다. 야당은 국방부와 합참, 안보실의 조직적 은폐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육군 대장 출신의 김병주 의원마저 "완벽한 작전 실패"라며 등을 돌렸습니다. 여당에서는 강릉 지역구의 권성동 의원이 나서 페이스북에 "국민 혈세로 운용되는 병기가 오히려 국민을 위협할 뻔했다", "재난 문자 하나 없이 무작정 엠바고를 취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적었습니다. 보수 진영 일각에서는 9·19 남북 군사합의로 훈련을 못해 빚어진 사고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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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겸 합참의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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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마침 합참 국감입니다. 여야 의원들은 입맛에 따라 군을 맹공격할 테고, 김승겸 합참의장 등 군 지휘부는 거듭 유감을 표명할 것입니다. 어제 합참의 두 차례 언론 브리핑 때도 합참 관계자들은 누차 사과했습니다. 이런저런 사건사고에 고개 숙이는 군,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장면이 됐습니다. 대중의 견고한 반군정서 탓에 크든 작든 군의 실책에는 비난이 쏟아집니다. 과도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군부독재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고, 군은 사회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해 반군정서를 뒤집을 기회를 못 잡고 있습니다.

군은 안보를 지키는 집단입니다. 군인들은 목숨 걸고 국민과 국가 지키기를 소명으로 아는 사람입니다. 잇속보다 군인 본분을 우선하는 이들이 참 많습니다. 선배들이 저지른 오욕의 역사는 후배들의 것이 아닙니다. 병사들은 분단된 한반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위험 무릅쓰고 총·포·미사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실수에 어깨 도닥여주면 헌신과 희생의 군인정신을 되새기며 안보를 책임질 그들입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현무 추락은 2017년 이후 5년 만에 발생한 드문 사고"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머리 맞대지 않고, 힘 모아 군을 조롱하니 적들의 사기만 오른다"고 지적했습니다. 쏘니까 오발 사고도 나는 것입니다. 오발이 생겨도 주눅 들지 말고 쏴야 합니다. 그래야 유사시 잘 쏩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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