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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한국인 그랜드슬램 도우미가 꿈"…테니스플러스 강시모 대표의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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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제주, 박대현 배정호 정형근 기자] 기폭제는 4년 전이다. 호주 오픈 4강 진출로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쓴 정현(26)의 등장 이후 한국에는 테니스 급풍이 불었다.

이후 권순우(25) 조세혁(14) 정보영(19) 등이 차례로 등장했다. 남녀 가리지 않고 인재풀이 넓어졌다. 인기도 꾸준했다. 현재 인스타그램 테니스 관련 게시글은 90만 개에 육박한다. 스포츠용품·패션 등 관련 업계 역시 인구 60만 명, 시장 규모 3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이머징 마켓'을 잡기 위한 물밑 다툼이 치열하다.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현장을 누비는 테니스인의 체감은 어떨까. 2011년 창립한 테니스용품 전문 아웃렛 '테니스플러스'의 강시모 대표는 "정말 많이 늘었다. 소위 '테린이'라고 불리는, 젊은 MZ세대 동호인이 급격히 증가한 건 사실"이라면서 "흐름에 발맞춰 실내 테니스장도 많이 생겼다. 테니스인으로서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다만 경계심은 늦추지 않았다. 흐름에만 편승해 준비가 미흡한 상태로 시장 진입을 꾀하는 일부 움직임을 우려했다.

"유행에 편승해 준비가 (전혀) 안된 채로 실내 테니스장을 개설한 분들이 계신다. 돈 벌 목적으로만 접근하는 게 조금 아쉽다. 국내 테니스가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더 발전했으면 한다. 코트 컨디션, 실내 테니스장 개수 등 인프라가 더욱 성장해 테린이들이 실외 코트에 나가서도 이질감 없이 공을 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테니스업 종사자로서 함께 고민해 볼 문제"라고 힘줘 말했다.

최근 정현의 뒤를 이어 권순우, 조세혁 등 젊은 피 약진이 눈부시다. 권순우는 지난해 9월 한국 선수로는 이형택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우승을 달성했고 조세혁 역시 윔블던 14세부 챔피언에 올라 팬들을 놀라게 했다.

연이은 낭보는 한국 테니스 미래를 장밋빛으로 물들인다. 그러나 강 대표는 '현실'을 좀 더 헤아렸다. 지도자와 유소년 선수층이 아직은 얇고 기업 후원 유치와 초중고 테니스부 신설 등 여러 난제가 혼재해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 유소년 테니스 선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 한국에서 엘리트체육은 곧 학교체육이다. 학교에서 테니스부를 운영하는 구조인데 현재 (학교에서) 테니스를 배우는 학생이 점점 줄고 있다. 인구 감소 문제도 있겠지만 코치 선생님들 처우가 열악한 것도 크게 한몫한다"고 우려했다.

"실내 테니스장 아카데미에서 가르치면 훨씬 높은 소득을 얻을 수 있다.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미래에는 아카데미 활성화가 유력할 것이다. 협회나 유관기관에서 지도자 대우를 좀 더 고려해 주셨으면 한다. 좋은 지도자는 만 명의 좋은 선수를 만들 수 있다. 지금 한국의 어린 재능 있는 선수들이 이질적인 (문화를 지닌) 외국에서 양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지도자 처우가 향상되면 (외국생활에서 오는) 여러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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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대표는 제주테니스스포츠클럽과 손을 맞잡고 지난달 23일 특별한 테니스 여행을 기획했다. 제주생활체육공원테니스장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테니스 이스 마이 라이프(Tennis is my life) 2기 제주 캠프'를 주최했다.

테니스 실력 배양과 제주 여행의 두 가지 풍미를 모두 거머쥐었다. 캠프 기간 동안 식사 시간 외에는 지속적인 수준별 테니스 레슨이 꾸준히 이뤄졌다. 레슨 종료 뒤에는 제주 별미인 흑돼지와 활어회로 저녁을 즐기고 점심에는 유명 카페에서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음료와 풍경을 음미했다.

캠프를 총괄한 강 대표는 "제주도는 자연경관이 정말 아름답고 테니스 코트 컨디션도 좋다. 이런 점을 활용해보면 어떨까 늘 생각했다"면서 "테린이들은 코트가 부족해 테니스 칠 시간이 많이 없다. 제주에서 테니스도 실컷 치고 여행도 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고 싶어 제주 캠프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회사 설립 직후부터 유망주 후원에 공을 들였다. 한찬희(18) 구연우(19) 등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이밖에도 '테니스플러스 페스티발' '테니스 마이 라이프 제주 캠프' 등 동호인을 위한 이벤트도 꾸준히 주최해 종목 저변 확대에도 최선을 기울였다. 이유는 명료하다.

"유망주 후원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테니스업을 하며 입은 수혜를 나눠야 한다 믿는다. 우수한 어린 선수들한테 작지만 지원을 이어 가는 건 (선배 테니스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피드백 같은 거라 생각한다."

"주니어 엘리트 후원은 지금도 기획을 고민하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할 예정이다. 테니스플러스 2호점에 엘리트 선수를 육성하는 형태의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더 큰 바람이 있다면 재단을 하나 만들어 본격적으로 돕고 싶다. 제주 캠프 같은 이벤트도 (테니스를) 사랑해 주시는 동호인 분들께 조금이나마 좋은 일로 보답하고 싶어 기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의 최종 꿈 역시 '유망주 성장'에 맞닿아 있다. 자신이 육성한 선수가 "테니스 그랜드슬램을 이루도록 돕는 게 궁극의 목표"라며 눈을 반짝였다. 호주 멜버른, 프랑스 파리, 영국 윔블던, 미국 뉴욕에서 포효하는 한국인 선수. 인터뷰가 이뤄진 날에도 동호인 지도로 목이 쉰 강 대표가 조심스레 전한, 진심이 담긴 염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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