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7 (수)

반도체 수요 절벽에 1위 삼성전자 ‘흔들’… 추격 나선 파운드리 강자 TSMC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TSMC 제조 공장. /TSMC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수요 절벽’으로 반도체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삼성전자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반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선두주자 대만 TSMC는 반도체 혹한기를 잘 버티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에 주력하는 삼성전자보다 비메모리반도체 생산에 특화된 TSMC가 경기침체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시장 변화 속에서 두 회사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6일 사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TSMC는 올해 3분기 매출 202억달러(약 28조원)로 전년 대비 11% 성장해 세계 반도체 1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매출이 19% 감소한 183억달러(약 25조5000억원)를 기록, 2위로 밀려날 것으로 예측된다.

◇ TSMC, 3분기 세계 반도체 1위 올라설 듯

삼성전자와 TSMC의 주력 생산품 차이 때문에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전체 매출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58%로, 디스플레이를 빼면 메모리 비율은 77%에 달한다. 반면 파운드리 1위 TSMC는 비메모리에 주력하고 있으며, 첨단 미세공정으로 불리는 7㎚(나노미터·10억분의 1m)와 5㎚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는 경쟁사 제품과 상호호환이 가능한 범용제품이어서 수급과 경기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크다. 최근 반도체 겨울이 올 것이라는 전망도 대부분 메모리 시황과 관련된 것이다. 실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은 지난해보다 약 18% 하락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달리 비메모리는 반도체 설계회사인 ‘팹리스’와 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가 분업하는 형태로 가격을 조절하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다.

메모리와 비메모리의 시장 규모가 갈수록 벌어지는 상황에서 메모리 불황과 비메모리 호황의 차이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현재 반도체 시장 규모는 5500억달러(약 655조원)로 추산되는데, 이중 약 70%가 비메모리 시장이다. 삼성전자보다 TSMC 경쟁력이 더 높다는 판단의 근거가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도 비메모리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그 규모가 크진 않다. TSMC와 직접 경쟁하는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두 회사의 점유율 차이는 두 배 이상이다.

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TSMC 노하우·기술력·인재 풀, 삼성과 비교 안 돼”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TSMC가 가진 노하우는 물론 기술력이나 인재 풀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비교가 안 된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라며 “파운드리 업체는 회사별로 각기 다른 설계를 위탁받아 그에 맞는 최적화된 공정으로 비메모리를 생산해주기 때문에 한 번 확보한 고객을 경쟁사가 뺏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 능력이 크지 않아 대형 고객을 확보하고 수요를 맞추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했다.

엄재철 반도체 산업구조 선진화 연구회 정책부회장은 “국내 반도체 기업은 미국이나 대만, 중국 기업보다 비메모리 분야가 매우 취약하다 보니 메모리 시장이 조금만 흔들리면 회사 전체가 휘청거린다”면서 “비메모리 육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20년 전부터 나왔지만 메모리 강국이라는 데에 심취해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기술 격차를 무시할 수 없는데, 반도체 성능 향상을 위해서 CPU, GPU, 메모리 등 다양한 칩을 3차원으로 적층하는 패키징 공정 등은 TSMC가 우위에 있다”며 “미세 공정에서 사용되는 극자외선(EUV) 장비도 TSMC가 삼성전자의 2배 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삼성전자가 3D 적층 아키텍처를 사용해 설계한 칩. /삼성전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전문가들 “정부가 나서서 파격 지원해야”

삼성전자도 TSMC를 따라잡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4일 “5년 뒤 파운드리 매출을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끌어올리겠다”며 2025년까지 2㎚, 2027년에는 1.4㎚ 공정의 양산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TSMC보다 한발 앞선 목표로, 초미세공정으로 갈수록 작으면서도 성능이 좋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

다만 공정 기술 외에 고객 확보와 고객사 대응력, 수율(양품비율) 등은 삼성전자가 갖춰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 기술력이 중요하긴 하지만, 파운드리에선 공정만 뛰어나다고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없다”며 “메모리는 생산량이 경쟁력을 좌우하지만, 파운드리는 노하우나 고객사가 원하는 상품을 적기에 납품하는 등의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규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인건비와 인력수급 측면에서도 TSMC가 삼성전자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TSMC는 연구개발 투자에서 15% 세액공제를 받고 패키지 공정비용의 40%를 지원받는데, 국내 기업이 반도체 기술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해외 선진 업체 수준의 인프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 부회장은 “비메모리 분야는 수천 가지 이상으로 응용 범위가 넓어 우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서 집중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기업에 연구개발 자금과 파운드리 위탁 비용 등을 지원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책이 나오지 않은 채 업계에서 알아서 하게 놔두면 비메모리 육성은 영원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hee@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