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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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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英총리 '감세·성장' 강조로 당권 강화 시도…돌발시위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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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당 전당대회 연설서 야당 등 '反성장연합'에 화살…"새로운 내용 없어"

그린피스, 총리 대표성에 의문 제기 시위…총리 등장시 배경음악 부른 밴드 '격노'

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버밍엄 AP=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5일(현지시간)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2.10.5 photo@yna.co.kr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취임 한 달 만에 심각한 위기에 빠진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감세를 통한 성장 정책을 거듭 강조하면서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트러스 총리는 5일(현지시간) 오전 버밍엄에서 개최된 보수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감세는 도덕적, 경제적으로 옳다"며 "최우선은 성장, 성장, 성장"이라고 말했다. 연설 중 성장은 29차례나 등장했다.

그는 노동당, 자유민주당 등 야당과 전투적 노조를 '반성장연합'이라고 지칭하고 이들이 방해하게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트러스 총리는 감세안 등이 담긴 미니예산안을 발표했다가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고소득자 최고 세율 인하를 갑자기 취소하는 굴욕적인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이번엔 일각에서 감세 취소를 비난하고 나서면서 보수당 내 분열이 심해지고 트러스 총리의 입지가 불안해져서 교체설까지 입에 올리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사태 이후 첫 공식 연설에 나선 트러스 총리는 이날 국민 의견을 들어 부자 감세를 취소했다면서도 감세를 통한 성장 정책은 계속 지지한다고 되풀이해 말했다. 대신 재정은 책임감 있게 운영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앞으로 계속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면서도 영국이 폭풍 같은 시기를 지나 경제를 변화하도록 잘 이끌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경제 파이를 키우고 노력이 인정받는 나라를 만들 것이며, 고세율 저성장 구조를 깨기 위해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영국을 만들기 위해 힘들어도 꼭 가야만 하는 길이며, 경제난은 영국만 겪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트러스 총리는 우크라이나 지지와 2030년까지 국방비 국내총생산(GDP)의 3%로 증액 계획을 다시 밝혔다.

한 달 전 취임한 트러스 총리는 이날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자신감 있게 웃으면서 행사장에 들어왔다.

그러나 승자의 화려한 대관식이 돼야 했을 이날 행사는 자칫 삐끗하면 추락하는 낭떠러지 길이 돼버렸다. 연설은 약 35분으로 통상 전당대회 당 대표 연설보다 짧았다.

연합뉴스

영국 총리 연설 중 시위
(버밍엄 로이터=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보수당 전당대회 리즈 트러스 총리 연설 중에 참석자 2명이 그린피스 깃발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2022.10.5 photo@yna.co.kr


행사장에서는 두 명이 셰일가스 추출 정책에 반대하며 그린피스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여서 연설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이들은 "누가 이것을 지지하며 투표했냐"는 문구를 통해서 소수의 보수당원 지지를 받아 당선된 트러스 총리의 대표성과 그의 정책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트러스 총리는 연설 중 자신이 일반고(comprehensive school) 출신 첫 총리라고 말해서 박수를 받았는데 언론들은 고든 브라운 전 총리도 마찬가지라고 팩트체크했다.

이날 트러스 총리 등장 시 배경음악은 90년대 맨체스터 출신의 밴드 'M 피플'의 '무빙 온 업'(Moving On Up)으로 그가 직접 고른 것이다.

그러나 'M 피플'의 마이크 피커링은 트위터에 노래가 모르는 새 사용된 데 격노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밴드는 보수당 반대 목소리를 많이 내왔으며, 한 멤버의 아들은 최근 런던 웨스트민스터 지역구에서 노동당 소속 구의원(Councillor)에 당선됐다.

피커링은 "우리 노래를 왜 사용했는지 모르겠다"며 "노래 가사도 '짐을 싸서 나가라'이다"라고 덧붙였다.

영국 언론 매체들은 이날 연설에 새로운 내용은 없었으며 트러스 총리는 자신을 믿어달라면서 기존 정책으로 당원들을 설득해 지지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고 평가했다.

또 전날 새로운 화근으로 등장한 복지혜택 사실상 축소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즉, 보수당 '집토끼'를 잡아서 당내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보인다.

더 타임스는 이날 연설로 트러스 총리의 상황이 더 악화하지는 않았다는 것이 그나마 가장 좋은 점이라고 평가했다.

텔레그래프는 트러스 총리가 적어도 이제는 이유, 방법, 목적을 설명하지도 않고 10년된 경제정책을 뒤집을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선 보수당 인사들이 벌써 다음 총선 패배를 기정사실화하고 어느 정도 차이로 질 것인지에 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금융시장 반응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파운드화의 미국 달러 대비 환율은 1.1123달러로 2% 하락했고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오전 9시 3.75%에서 총리 연설 후 3.97%로 올랐다. 재정 정책과 관련해서 신뢰를 줄 만한 내용이 많이 나오지 않았던 탓으로 풀이된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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