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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굉음-불길에 “전쟁 난 것 아니냐”… 강릉 주민들, 119-시청 문의전화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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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늑장 해명’에 주민들 밤새 불안

동아일보

5일 새벽 SNS에 올라온 현무-2C 미사일의 낙탄 추정 영상. 군은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응해 발사한 현무-2 지대지 탄도미사일이 낙탄하면서 발생한 사고라고 밝혔다. SNS 캡쳐


“폭탄이 떨어진 줄 알았어요. 너무 불안해서 밤새 잠을 잘 수 없더라고요.”

강원 강릉시에 사는 A 씨는 5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간밤에 굉음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 가족 모두 무슨 일이 난 줄 알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전날 밤 발사된 현무-2C 탄도미사일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군 당국의 ‘늑장 설명’까지 더해지면서 대다수 강릉시민은 영문도 모른 채 밤잠을 설쳐야 했다.

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오후 11시를 전후해 강릉 시내에는 큰 굉음이 여러 차례 울렸고, 외곽에서 불길이 번지는 모습이 목격됐다.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4일 오후 11시 1∼36분에 “공군부대에서 폭탄이 터진 것 같다” “비행기가 추락한 것 같다” 등의 신고가 12건 접수됐다. 강릉시청 당직실에도 “북한이 미사일을 쏜 거 아니냐” 등의 시민 전화가 폭주했다.

동아일보

강릉시는 즉각 군에 상황을 문의했고 “훈련 상황이니 안심하라”란 답변을 들은 후 시민들에게 이같이 설명했다. 소방당국도 소방차를 출동시켰지만 군 측으로부터 “훈련 상황이니 출동하지 말아 달라”는 안내를 받고 복귀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시민 상당수가 1996년 북한 무장공비가 잠수함을 타고 침투했다가 강릉시 해변에서 발견된 사건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어 ‘안보 트라우마’가 상당하다”며 “미사일 훈련이라고 해도 많은 시민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릉시민 최모 씨(58)는 “민가에 떨어졌을 수 있다는 걸 생각하니 가슴이 서늘했다”고 말했다.

강릉 지역 인터넷 맘카페를 비롯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도 사고 직후 불길이 번지는 사진 등이 연이어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놀라서 아기 짐을 미리 챙겨놨다” “북한과 전쟁이 난 것 아닌가” 등의 글을 올리며 불안해했다. 미사일 훈련 중 낙탄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군 당국의 ‘늑장 해명’에 비판이 집중됐다.

강릉시 관계자는 “아무리 보안 사안이라고 해도 사고 직후에는 어떤 사고였는지 등을 군이 알려줬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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