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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시대’ 지우고… 모두가 기다린 62호 ‘공정 홈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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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런 저지, 마침내 AL 기록 경신… 61호 6경기 만에 텍사스전 솔로

“야구팬 모두 한마음 응원 이례적”

형도 입양돼 한국서 영어 가르쳐

시즌 마치고 만나려 한국행 예정

동아일보

에런 저지가 5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촉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텍사스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시즌 62호 홈런을 쏘아 올리고 있다. 이 홈런으로 1961년 팀 선배 로저 메리스가 세운 아메리칸리그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새로 쓴 저지는 “팬 여러분께서 홈, 원정 가리지 않고 내가 타석에 설 때마다 모두 일어나서 응원을 해주셨고 상대 투수가 볼을 던지면 야유를 보내주셨다. 처음 해보는 이런 경험 덕에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알링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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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들 편하게 앉아서 야구 보세요.”

에런 저지(30·뉴욕 양키스)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아메리칸리그(AL) 한 시즌 최다인 62호 홈런을 날린 뒤 자신의 홈런을 기다리던 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지는 5일 텍사스 방문 더블헤더 2차전에 톱타자로 출전해 왼쪽 담장을 넘기는 선두타자 홈런을 날렸다. 그러면서 지난달 29일 토론토 방문경기에서 팀 선배 로저 메리스(1934∼1985)의 AL 시즌 최다 홈런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한 뒤 6경기 만에 새 기록을 남겼다.

내셔널리그(NL)까지 따져도 한 시즌에 62번째 홈런이 나온 건 2001년 10월 6일 시카고 컵스의 새미 소사(54) 이후 21년 만이다. 소사는 결국 64홈런으로 이해를 마감하면서 MLB 역대 최다인 73홈런을 날린 샌프란시스코의 배리 본즈(58)에 이어 NL 홈런 2위를 차지했다.

당시는 MLB 선수 사이에 경기력향상약물(PED)이 만연했던 ‘스테로이드 시대’였다. MLB에서 도핑 선수를 징계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한 시즌 60홈런을 기록한 건 저지가 처음이다.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래틱’은 “이제 뉴욕(60호), 토론토(61호), 텍사스(62호) 팬들은 평생 ‘내가 역사의 순간에 있었다’고 가족들에게 자랑할 수 있게 됐다”면서 “60홈런 이후 야구팬들이 약 2주간 저지의 신기록 도전을 한마음으로 응원한 건 이질적인 미국 사회를 단합시킨 흔치 않은 사건”이라고 전했다.

이 역사를 목격한 그 어떤 야구팬이라도 저지의 ‘진짜 가족’보다 많은 자랑거리를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날 경기가 열린 촉토 스타디움에는 저지의 부모님과 아내가 자리했다. 저지는 “가족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다”며 기록을 쓸 때마다 가족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표하곤 했다.

저지는 태어난 바로 다음 날 교사였던 웨인-패티 저지 씨 부부에게 입양됐다. 저지는 신인 시절 언론의 주목을 받을 때부터 “신께서 부모님과 나를 이어준 것 같다”며 입양된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부모님 역시 “복은 우리가 받았다. 저지와 형 존 모두 입양해 키웠다. (한국에서 입양한) 존은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친다. 둘 다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저지는 이번 시즌이 끝나면 형을 보러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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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야수 가운데 최장신(201cm)인 저지는 ‘야구 하기에는 몸이 너무 크다’는 편견도 이겨냈다. 저지는 “사람들이 ‘넌 188cm짜리 선수들이 하는 플레이를 할 수 없어!’라고 할 때마다 ‘내가 왜 안 돼?’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저지의 활약은 몸집이 크면 손과 눈의 협응 능력이 떨어지고 부상 위험이 커진다는 야구계 인식을 바꿔놓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는 “요즘은 1980년대처럼 매일 술을 마시는 시대가 아니다. 몸에 대한 정보도 워낙 많다. 나도 내 몸에 대해 더 배워가고 회복을 중시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며 “키가 커서 안 좋은 건 땅볼을 잡을 때 좀 더 숙여야 하는 것 정도”라며 웃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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