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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철 칼럼] 외교안보는 정쟁거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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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놓고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은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밀어붙인 데 이어 윤 대통령 사과와 외교라인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순방 외교 전체를 싸잡아 폄훼하는 것은 국익보다는 정파적 이익을 위해 외교까지 정쟁 수단으로 삼으려는 횡포다. 이번 순방에 대해선 미국과 영국도 문제 삼지 않았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과 금융 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 논의, 해외 투자 유치 등 외교적 성과도 적지 않다. 비속어 대상 또한 미국 의회인지 한국 의회인지,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된 것인지 아닌지 전문가들마저 의견이 갈릴 만큼 확실치 않다. '바이든' 주장은 시끄러운 파티장에서 자신이 듣고 싶은 소리만 골라 듣는 '칵테일 파티 효과'일 개연성이 크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소셜미디어(SNS)에 떠도는 영상만을 근거로 공개석상에서 대통령을 직격했다. 그동안 SNS·유튜브에 범람하는 가짜뉴스를 척결하겠다며 법안까지 발의한 민주당이 자신들 입맛에 맞는 내용은 진짜뉴스로 속단하고 불리한 내용은 가짜뉴스로 치부하는 셈법이 놀라울 뿐이다.

이 같은 행태는 미국 정치권에서 구태로 꼽는 '그랜드스탠딩(grandstanding)'을 연상케 한다. 우리말로 표현하자면 '도덕적 허세'다. 자신의 도덕적 우월을 과시하기 위해 무고한 사람을 헐뜯거나, 타인에 대한 도덕적 비판을 찾으려고 사실마저 날조하는 행동이 여기에 해당된다(저스틴 토시·브랜던 웜키 '그랜드스탠딩').

외교안보 참사로 따지자면 문재인 정권의 지난 5년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대북 굴종과 대중 사대주의, 한미동맹 균열, 반일 선동몰이를 비롯해 8끼 혼밥과 김정숙 여사 돌출 행보 등 국격과 국민 자존심을 해친 사례가 차고 넘친다. 특히 대한민국 공무원이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사살돼 불태워지는데도 김정은 비위를 맞추느라 6시간 동안 국민의 생명을 방치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국가적 만행이다. 김정은의 '가짜 평화쇼'에 속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시간만 벌어준 잘못 또한 묵과할 수 없는 안보 참사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은 자신들의 국격 손상과 안보 훼손에 대해선 한마디 사과 없이 윤 정부만 흔들어대고 있다. 심지어 감사원이 서해 피살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하자 "대단히 무례한 짓" "정치보복"이라며 발끈하고 있다.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외교안보 참사에 대해 떳떳하다면 당당히 조사에 응해 입장을 밝히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유신 공포정치" 운운하며 정쟁으로 내모는 것은 진실을 감추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술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윤 정부를 겨냥해 "국민과 역사를 두려워해야 한다"고 했는데, 지난 5년간 적폐몰이로 두 전직 대통령과 수많은 전 정권 인사들을 탈탈 털었던 민주당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정치에서 신념윤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책임윤리다. 이념과 진영논리에 빠져 대한민국을 국제적 고립과 혼란에 빠트리고 국민 보호라는 국가 책무마저 소홀히 했다면 그에 따른 엄중한 책임을 지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윤 대통령도 순방 외교를 계기로 달라져야 한다. 비속어 논란의 경우 아무리 사적 발언이라고 해도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물론 윤 대통령으로선 자신이 하지 않은 말로 여론 질타까지 받는 상황이 억울할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도 강조했듯이, 국민 뜻을 살피고 받드는 것은 지도자의 의무이자 숙명이다. 국정 동력은 결국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내가 실수를 하지 않았더라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도 이번 사태에서 교훈을 얻어 심기일전해야 한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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