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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기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대학을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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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인구 팽창기인 1972년에 도입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 방식은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사회 혁신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주체이며 평생교육 플랫폼으로 변신해야 한다.

OECD 평균 1인당 GDP 대비 학생 1인당 교육비 지출 조사 결과 우리나라가 초·중등 교육비 지출은 OECD 평균의 132%로 세계 최고 수준이나 고등교육 지출은 66%에 불과해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유치원부터 평생직업훈련까지 생애주기별로 모든 국민에게 종합 교육서비스를 고르게 제공하는 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행 교육교부금법은 연간 내국세 총액의 20.79%, 교육세 등을 무조건 교육청에 지급해 교육재정으로 활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교육재정교부금은 교육청의 관할 범위에서 벗어나는 고등교육과 평생·직업교육기관에는 지원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내국세에 연동되는 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을 손대지 않고 등록금을 이렇게 계속 동결한다면 지방대는 물론 수도권 대학도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은 생존 자체에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대학의 위기가 결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나 돌려막기로 비유돼서는 안 될 것이다. 14년 동안 지속된 등록금 동결, 학령인구 급감으로 인한 대학의 재정난이 심화되고 이미 한계에 봉착한 지 오래된 현실에서 유·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 간 투자 불균형 해소가 절실하다. 대학 운영, 평생교육, 학교 이외의 교육 사업 등에 교육재정교부금을 쓸 수 있도록 한다면 대학교육 내실화, 연구 역량 강화, 반도체 등 미래 핵심 인재 양성 등에 투자할 수 있다.

올해 2차 추경 기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81조2975억원으로 지난해 60조3371억원에서 21조원 늘어났다. 교육재정교부금으로 대표되는 의무지출 증가율은 법적으로 통제할 권한이 없으므로 경직된 재정구조부터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국회의 예산심사나 사후 검증도 거치지 않고 배부되고 있는 교육재정교부금은 재정건전성 확보와 유아·초등·중등교육과 고등교육 간 재정지원 균형을 위해 반드시 뜯어고쳐야 한다.

정부는 현재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육비로 사용되는 교육재정교부금 가운데 국세분 교육세를 떼어내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하고, 이를 대학과 평생교육기관에 투입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서 정부는 대학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법안 발의 후에는 재정당국과 함께 구체적 세출 방안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14년 동안의 등록금 동결을 고려했을 때 대학의 몫이 3조6000억원 늘어난다고 해도 이를 전국 대학교에 동등하게 배분하면 겨우 적자를 막는 수준의 현상 유지만 가능할 것이다. 이제는 대학에 특정사업을 만들어 지원금을 주는 방법보다는 물가인상률을 고려해 등록금 인상과 연동하는 자율 조정안을 제시할 시점이다. 지방국립대학 육성에 편중돼 있는 사업예산도 지방사립대나 수도권 대학의 특성화 분야 경쟁력 강화에 활용돼야 할 것이다. 아직도 세계 100위 이내에 드는 국내 대학을 보기가 어려운 것은 해외 글로벌 대학 경쟁력의 미스매치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 상태인지를 극명하게 나타낸다. 세계적 교육 경쟁력의 확보를 위해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한 합리적인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대학 내부에서도 변화와 혁신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윤동열 전국대학교 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협의회 회장(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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