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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설] 美, 반도체 공장 짓고 中수출 봉쇄하는데 韓은 지원법 석달째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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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뉴욕주에 1000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는 국가안보"라며 지난 8월 서명한 '반도체산업육성법' 덕분이다. 이 법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520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는 "반도체산업육성법이 없었다면 내리지 못했을 결정"이라며 법 통과 이후 미국 투자로 방향을 틀었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의 투자는 20년간 5만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확대에 나선 것은 반도체 패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설계, 일본은 소재·장비, 한국·대만은 생산이라는 글로벌 분업 체제를 깨고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생산시설 확대와 동시에 대중국 견제 수위도 높이고 있다.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AI) 등에 이용되는 첨단 반도체의 대중 수출 봉쇄 조치를 내놓기로 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부터 이뤄지던 중국 제재가 더욱 노골화된 것으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통제하는 효과를 낼 공산이 크다.

미국의 견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도 2025년까지 자국에서 소비되는 반도체의 70%를 직접 만들겠다는 '반도체 굴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고, 대만과 일본 역시 반도체 산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처럼 반도체 시장이 요동치고 있는데도 우리 정치권에서는 위기의식을 찾아볼 수가 없다. 반도체 시설투자 기업에 법인세를 최대 30%까지 깎아주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은 지난 8월 발의됐지만, 심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미국 의회가 초당적 합의를 이룬 것과 대조적이다. '반도체특별법'은 정쟁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 국가 경쟁력을 위해 만들어졌다. 각국이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고, 세제 지원을 확대하며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 이때를 놓친다면 윤석열 정부가 외치는 '반도체 초강대국 도약'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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