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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번엔 16세 소녀 사망… ‘히잡 의문사’ 시위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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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가했다가 숨진 채 발견

Z세대, 소셜미디어로 항의 표출

교실 벽 하메네이 사진 떼어내고

반정부 구호 붙이는 영상 올리기도

조선일보

이란의 한 학교 교실에서 여학생들이 전·현직 지도자들의 사진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고 있다. /트위터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이 촉발한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시위가 3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시위에 참여한 10대 여성이 변사체로 발견돼 파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인권 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는 이번 시위로 목숨을 잃은 시민이 최소 133명에 달하며, 체포된 이는 2000명이 넘는다고 추산했다.

4일(현지 시각) BBC 페르시아어(이란어) 방송은 지난달 20일 수도 테헤란에서 시위를 벌이다 실종된 니카 샤카라미(16)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유족들은 “샤카라미는 친구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에서 자신이 ‘경찰에 쫓기고 있다’고 했다”면서 사망 원인을 밝혀달라고 사법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일부 시민은 샤카라미가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사망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외신들은 이번 시위와 저항운동에서 샤카라미와 같은 이란의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가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이란인터내셔널은 이날 “배낭을 멘 15~25세의 학생들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이전 세대처럼 이란 경찰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금기를 깨뜨릴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이스탄불의 이란 영사관 앞 시위대 - 4일(현지 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이란 영사관 인근에서 시위에 참가한 이란 여성이 ‘히잡 의문사’에 항의하는 뜻으로 머리카락을 자른 뒤 가위를 쥔 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테헤란에서 시위에 참여했다가 실종된 16세 소녀가 변사체로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사태의 파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로이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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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에 익숙한 Z세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부에 대한 항의를 표출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여학생들은 교실 벽에서 현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와 이전 최고지도자였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사진을 떼어내고 대신 반정부 시위 구호를 붙이는 영상을 올렸다. 또 다른 학생들은 전·현직 지도자들의 사진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사진을 게재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한 영상에선 이란 서부 도시 카라지의 여고생들이 거리에서 히잡을 벗어 휘두르며 “독재자에게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다른 학교에선 여학생들이 단속을 위해 나온 교육부 관계자에게 물병을 던지고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치며 그를 교문 밖으로 몰아내기도 했다. BBC는 “이란의 지도부는 야당 정치인이나 대학생이 아닌, 최고 지도자의 사진을 태우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10대 여학생들과 맞닥뜨리고 있다”고 했다.

‘히잡 의문사’로 시작된 시위가 억압적인 이슬람 통치 체제와 부패한 지도층, 경제난 등 사회 전반의 분노로 번지고 있는데도, 이란 고위 당국자들은 배후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있다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3일 군 행사 연설에서 “이번 시위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계획한 것”이라며 “경찰은 범죄에 맞서 사회의 안전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경찰의 시위 진압을 옹호했다.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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