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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공정위, 윤대통령 지시에 ‘조사·정책 분리’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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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업무보고서 직접 지시

사건 처리속도 빨라질 듯…정책과 연계 강화 필요


한겨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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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따라 조사와 정책 기능을 분리하는 조직 개편을 추진한다. 사건 처리 속도를 높이고 정책 기능도 강화한다는 취지인데, 현장과 정책 간 연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는 5일 “조직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공정위 내부에 조직 선진화 추진단을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이번 조직 개편은 윤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8월16일 윤수현 부위원장으로부터 공정위 업무 보고를 받으며 “공정위 조사·심판 절차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강화하고 신속한 사건 처리와 철저한 증거 자료 보존·관리 등 법 집행 기준과 절차를 개선하라”고 주문했다. 또 “해외 사례를 참고해 조사·정책·심판 등 각 기능을 전문화해 법 집행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강화할 수 있는 조직 개편도 함께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공정위는 독점 및 불공정 거래 사건을 심의·의결하는 합의제 준사법 기관이다. 사무처 산하 각국들이 정책과 조사 업무를 같이 하고, 위원회가 공정거래법 등 위반 사건에서 법원 1심과 같은 심판 기능을 한다. 공정위 조직 개편 문제를 두고는 지금까지 주로 조사와 심판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심판 역할을 맡은 위원장이 조사 담당자 보고를 받고 사건에 관여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번에 조직 개편의 도마 위에 오른 건 조사와 정책 기능의 분리다. 공정위는 “조사와 정책 기능을 각각 전문화하면 사건 처리 과정의 관리·감독이 수월해져 신속한 사건 처리, 충실한 기록 관리, 피조사인의 권리 보호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경쟁 촉진, 소비자 보호, 중소기업 보호 등 공정위의 정책 기능이 하나로 통합돼 각 정책 간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조사 기능 분리를 통해 공정위의 고질적인 사건 처리 지연 문제를 개선하고, 각국이 제각각 담당하는 정책 기능도 하나로 모아 업무 연계를 높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해외 경쟁 당국들도 대부분 조사와 정책 기능을 분리해 운영한다”면서 “이는 한정된 행정 자원을 법 집행에 전념하게 해 불법 행위에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과 독일은 법률 또는 사건 유형별로 조사와 정책 기능을 구분한다. 싱가포르와 일본은 사무처 조직을 아예 둘로 나눠서 운용하고 있다. 반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장기 정책 개발 등 일부 정책 기능만 조사 기능과 분리돼 있는 상태다.

한 공정위 전직 관료는 “각 국과 과들이 정책과 조사를 같이 맡다 보니 위원장이 정책에 관심을 가지면 조사는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조직 개편으로 사건 처리에 전념하게 되면 사건 처리 속도가 빨라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책 아이디어가 결국 시장 분석과 현장의 제도·관행 조사 등에서 나오는 만큼 정책과 조사 사이 유기적 연결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다만 조사와 심판 조직의 분리 방안을 놓고는 “대부분의 경쟁 당국들이 한 기구 내에서 조사·심판 기능을 모두 담당한다”며 “우리도 조사를 담당하는 심사관이 심판 역할을 하는 위원회의 의사 결정 과정에 관여할 수 없고 위원회도 사무처의 조사에 관여할 수 없게 기능이 엄격히 분리돼 있다”며 선을 그었다.

공정위 고위직 출신의 한 인사는 “최근 공정위 내 조사와 심판 기능의 독립성이 예전에 비해 상당히 강화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외부에서 공정위를 공격할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들고 나오는 심판 기능의 분리가 이번 조직 개편안에 담기지 않은 건 다소 의아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심판 기능의 경우 사건 보고 체계, 조사 및 심판 부서 운영 방식 등 제도 개선 쪽에 초점을 맞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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