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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민가와 700m 거리에 현무-2C 탄두…군 늑장 공지, 주민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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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아찔했던 ‘북 대응 발사’ 미사일 낙탄 사고

경향신문

한·미 군 당국이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5일 새벽 강원 강릉시 모 비행단 내 사격장에서 이동식 발사차량(TEL)을 활용해 연합 지대지미사일을 동해상으로 발사하고 있다(왼쪽 사진). 한국 군이 지난 4일 밤 발사한 현무-2C 탄도미사일이 비정상 비행 후 비행장 내 군 골프장에 떨어지면서 불길과 함께 연기가 치솟고 있다(가운데). 이날 강릉 군부대 입구에 폭발물처리반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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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모 비행장서 발사 직후
경내의 군 골프장에 떨어져
군 “분리된 추진제서 발화”
굉음·섬광에 신고 이어져

군 당국이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대응해 쏜 현무-2C 탄도미사일이 비정상으로 비행해 낙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탄두는 민가와 약 70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군 당국은 지역 주민들에게 유감을 표명했다. 사고가 발생한 후 수시간 동안 훈련 상황이라는 사실이 제대로 공지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된 데 대한 책임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5일 합동참모본부(합참)에 따르면 한·미는 전날 심야부터 이날 새벽까지 북한의 IRBM 도발에 대한 대응 조치로 연합 지대지미사일 사격훈련을 실시하기로 계획했다. 당초 한국군 현무-2C(사거리 1000㎞)와 에이태큼스(ATACMS·사거리 300여㎞) 2발, 주한미군의 에이태큼스 2발이 동원됐다. 그러나 현무-2C는 발사 직후 비정상적으로 비행하다 인근 기지 안으로 추락했다.

합참 관계자는 “추락한 미사일은 4일 오후 11시쯤 강릉 모 비행단 내 사격장에서 발사됐으며 발사 직후 비행단 내 군 골프장 페어웨이에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군은 탄두에서 분리된 미사일 추진제(연료)에 불이 붙었고, 그 추진제가 연소되는 과정에서 화염과 연기 등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추진제가 연소된 시간은 1분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탄두는 폭발하지 않았다. 군은 사고 이후 추가적인 안전 조치를 하고 5일 새벽 1시쯤 에이태큼스를 사격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고는 자칫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현무-2C 미사일은 발사 지점으로부터 후방 1㎞ 지점에서 탄두가 발견됐고, 떨어져 나간 추진체는 400여m 더 후방 지점에서 발견됐다. 탄두가 발견된 곳의 남쪽 약 700m 지점에 가장 가까운 민가가 위치해 있다.

낙탄 이후 굉음과 섬광 등에 놀란 인근 주민들의 신고가 이어졌다. 4일 오후 11시1분부터 36분 사이 강원도소방본부 119 상황실에는 ‘비행기가 추락한 것 같다’ ‘폭발음이 들렸는데 대형 사고가 난 것이냐’ 등의 신고가 12건가량 접수됐다. 수시간 동안 상황이 제대로 공지되지 않아 주민들의 불안감만 가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 관계자는 “사격과 관련해 관공서와 부대 합동홍보팀 등을 통해 인근 어촌계 및 주민 등에 사전 협조를 구했다. 다만 우발 상황 발생 시 적절히 조치하지 못해 큰 불편을 드렸다”면서 “불안해하신 부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현무-2가 ‘킬체인’을 대표하는 전략자산이라는 점에서 군 대응 능력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군은 “북한이 핵·미사일 사용 시 적극 대응” 의지를 밝혀왔고, 현무 미사일을 통한 원점타격에 자신감을 드러내왔기 때문이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현무-2C는 2017년에 전력화 배치를 시작했기 때문에 이번 실패는 노후화에 의한 것보다는 제작상의 오차나 품질보증의 문제, 또는 미사일의 보관·관리상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군은 사고가 난 미사일은 외관 검사는 물론 각종 사격 시스템 및 전체적인 사격 절차 점검을 모두 거쳤다고 설명했다. 또 현무-2C에 대해 국방과학연구소(ADD), 생산업체 등과 합동으로 낙탄 원인을 분석하고 ADD와 공동 주관으로 탄약 이상 유무를 전수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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