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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분자결합을 '클릭'처럼 쉽게…노벨화학상에 버토지 등 3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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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것도 붙일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
의약품 개발에서 광범위한 기여 인정받아
암세포만 공격하는 항암제 기술로도 응용
샤플리스는 2001년 이어 두 번째 화학상
한국일보

노벨상 위원회가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스웨덴 왕립 과학원에서 2022 노벨 화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스톡홀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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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화학상은 클릭화학(click chemistry)의 기초를 마련한 세 명의 화학자에게 돌아갔다. 클릭화학은 컴퓨터 마우스로 클릭하듯 여러 분자를 쉽게 연결시키는 합성 기술이다. 이들의 연구 결과 덕에 분자 접합이 쉬워지면서 약품 개발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받는다.

왕립 스웨덴 과학 아카데미는 5일 화학자 캐럴린 버토지(56·미국·스탠퍼드대), 모르텐 멜달(68·덴마크·코펜하겐대), 배리 샤플리스(81·미국·스크립스 연구소)를 2022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노벨상위원회는 "올해 화학상은 복잡한 문제를 쉽고 간단하게 풀 수 있도록 해준 분야가 수상했다"며 "(클릭화학은) 매우 간단한 경로를 통해 분자가 결합해 기능할 수 있도록 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오랜 기간 동안 화학자들은 유용한 분자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려고 노력했지만 대부분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비용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 화학상 수상자들이 확립한 방식인 클릭화학은 매우 간편하게 분자들의 접합을 가능하게 했다. 이동환 서울대 교수는 "클릭화학을 통하면 말 그대로 어떤 것도 붙일 수 있다"며 "상온에서, 물 속에서, 단 하나의 원자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부산물 없이 결합시키는 혁신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석희 서울대 교수는 "클릭화학은 상당히 많은 연구에 광범위하게 쓰일 수 있다"며 "많은 분자가 주변에 있거나 복잡한 환경에서도 아주 손 쉽게 특정한 두 개의 분자를 연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2001년 10월 10일 노벨 화학상을 받은 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라호야의 스크립스 연구소에서 기자들과 동료들을 상대로 발언하는 샤플리스 박사의 모습. 라호야=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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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자 격인 샤플리스는 원치 않는 부산물이 생성되는 것을 막으면서 빠르게 원하는 물질을 합성할 수 있는 클릭화학을 처음으로 창시했다. 이후 샤플리스와 멜달은 클릭화학의 최고 성과로 꼽히는 구리 촉매 아지드-알킨 고리 첨가 반응(copper catalyzed azide-alkyne cycloaddition·CuAAC)을 각각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이 반응은 현재 신약 개발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버토지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구리라는 촉매 없이도 가능한 클릭화학 방법을 고안했다. 구리를 쓰지 않으면서 사람의 몸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됐고, 결국 제약이나 암치료 등 생명과 연관된 연구도 더 발전했다.

버토지가 제안한 클릭화학을 활용하면 우리 몸 속에서 다른 생체 분자와는 반응하지 않고, 원하는 분자와만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유도할 수 있다. 특정 분자를 추적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광렬 고려대 교수는 "이 기술을 쓰면 적은 양의 항암제로 다른 정상 세포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암 세포만 공격하도록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샤플리스는 2001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화학상을 받았다. 화학상을 두 번 받은 다섯 번째 수상자다. 그는 2001년 당시 전이금속을 이용해 인체에 유용한 한 가지 광학이성질체만 합성할 수 있는 산화반응을 개발해 고혈압·심장질환 등의 치료제로 쓰이는 물질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버토지는 1911년 마리 퀴리의 첫 수상 이후 화학상을 탄 여덟 번째 여성이 됐다.

노벨상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흘름에서 열린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주관하는 평화상 시상식만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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