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이쯤 되면 연준도 비둘기가 되겠지"…이번엔 맞을까[오미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가 있었거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소개합니다.

미국 증시가 2일째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여전히 침체장 바닥은 요원하다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침제장이 끝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신호들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4일(현지시간) 다우존스지수는 2.8%, S&P500지수는 3.1% 올랐다. 나스닥지수는 3.3% 급등했다.

10월 첫 거래일인 3일부터 2일간 다우존스지수는 5.4%,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5.6% 급반등했다.

하지만 이날 데이터트렉 리서치의 공동 창업자인 니콜라스 콜래스는 보고서에서 증시가 궁극적인 바닥이 지났음을 보여주는 신호가 아직 부재한 가운데 밸류에이션도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 증시는 10월 들어 2일 연속 2%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이같은 큰 폭의 일일 상승률은 올들어 놀랄만한 현상이 아니다.

미국 증시는 올해 극심한 침체장을 지나고 있는 가운데 하루 2% 이상 급등이 심심치 않게 나타났다.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면 2013년 이후 증시 움직임을 보면 하루 2% 이상 반등은 극히 드물었다. 콜래스는 특히 하루에 2% 이상 급등한 날이 적을수록 1년 수익률이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 하루 2% 이상 급반등한 날이 많다는 것은 증시가 큰 변동성 속에 하락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일한 예외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됐던 2020년이었다. 2020년에는 S&P500지수가 2% 이상 급등한 날이 19거래일에 달했는데 1년 수익률도 매우 높았다.

이에 대해 콜래스는 2020년에 2% 이상 급반등한 날은 대부분 증시가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상반기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2020년 초 증시 급락은 역사적 기준으로도 짧게 끝나며 상반기엔 침체장, 하반기엔 강세장의 모습을 보였는데 하루 2% 이상 반등은 상반기 침체장에서 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증시가 안정적인 상승 궤도에 접어든 2020년 하반기에는 S&P500지수가 2% 이상 급등한 날이 2거래일에 불과했다.

따라서 콜래스는 "간단하게 말해 S&P500지수의 일일 수익률이 (+2% 이상) 높다는 것은 시장이 건강하다는 신호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머니투데이



아울러 과거 침체장을 보면 최종적으로 바닥을 치고 침체장이 끝난 다음날은 이례적으로 상승폭이 컸다.

침체장이 바닥을 형성한 다음날 S&P500지수의 수익률은 최소 3.5%가 넘었다. 이는 2002년 10월과 2009년 3월, 2020년 3월 바닥 때 동일하게 나타난 현상이다.

이를 감안할 때 지난 3일 S&P500지수의 반등폭 2.6%는 침체장이 끝났음을 시사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콜래스의 분석이다.

증시 밸류에이션도 크게 저평가됐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개발한 경기순환 조정 주가수익비율(CAPE Ratio)에 따르면 1872년 이후 미국 증시의 장기 밸류에이션 중간값은 16~17배였다.

CAPE 비율, 즉 실러 PER은 과거 10년간 기업들의 평균 순이익에 비해 현재 주가가 몇 배인지를 나타낸다.

미국 증시가 급반등하기 전인 지난 9월30일 S&P500지수의 실러 PER(주가수익비율)은 27.5배에 달했다.(S&P500지수는 1957년부터 사용됐다.)

전날(10월3일) 랠리 후 실러 PER은 28.2배로 더 높아졌다.

1990년 이후 실러 PER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16~17배를 상회했기 때문에 현재 실러 PER이 매우 높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콜래스는 실러 PER이 30배를 넘어서면 '위험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실러 PER이 주식을 매수할만한 수준인지는 향후 경기와 기업들의 실적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다는 설명이다.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콜래스는 CBOE(시카고 옵션거래소)의 변동성 지수(VIX)도 침체장의 궁극적 바닥을 시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콜래스는 2000~2002년 닷컴 버블 붕괴 때 VIX가 "연속적으로 오르면서 시장의 신뢰와 밸류에이션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당시 VIX는 반복적으로 올라가면서 침체장이 2년반 가량 이어졌다.

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VIX가 80 위로 폭등한 뒤 침체장이 상대적으로 빨리 끝났다. 올해 VIX는 지난 6월 증시 급락 때도 40을 넘지 못했다.


연준 정책 전환 기대하는 이유 '넷'

이틀간의 미국 증시 급반등은 달러 가치 약세와 국채수익률 하락과 함께 이뤄졌다. 이 같은 금융시장의 반응은 연준(연방준비제도)이 통화 긴축 기조에서 다소 후퇴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비롯됐다.

시장이 다시 연준의 정책 전환을 기대하기 시작한 이유는 4가지다. 첫째는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지표상으로 확인된 것이다.

4일 노동부는 지난 9월 기업들의 구인 규모가 전달 대비 10% 감소한 반면 감원 규모는 소폭 늘었다고 밝혔다.

연준이 물가 상승 압력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주목하고 있는 고용시장도 드디어 약화 조짐을 보인 것이다.

전날(3일) 발표된 지난 9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도 50.9로 집계되며 2년 4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둘째는 호주 중앙은행이 4일 글로벌 경기 전망 악화와 가계의 소비 긴축을 우려하며 금리를 예상보다 적은 0.25%포인트만 올린 것이다.

이는 연준도 조만간 긴축 속도를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줬다.

머니투데이

점선은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



셋째는 지난달 30일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이 금리 인상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의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이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지난달 30일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금융 안정 콘퍼런스에서 "달러 강세는 미국의 수입 물가를 낮추지만 다른 국가는 통화 약세로 인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져 추가 긴축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연준이 "추가적인 부정적 쇼크로 인해 금융 취약성이 심화할 수 있는지 주목하고 있다"며 "예를들어 부채비율이 높은 국가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 부채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으며 이는 해당 국가의 통화 가치 절하에 의해 악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연준의 2인자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언급한 것 자체가 연준이 최소한 긴축 속도를 늦출 수는 있지 않느냐는 희망을 줬다.

넷째는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경제에 깊은 상흔을 남길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는 전날(3일) 연례 보고서와 함께 발표한 성명에서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에 빠질 수 있으며 이미 개발도상국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며 금리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미국 내에서도 연준의 과도한 금리 인상으로 미국 경제가 심각한 침체에 빠지고 실업률은 급등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금리 인상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루쏠드그룹의 최고 투자 전략가인 제임스 폴슨은 "연준이 지금 금리 인상을 멈춰도 인플레이션은 내년 봄이면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연준은 이미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이겼는데 이를 모르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9월 CPI가 랠리 지속성 결정

하지만 연준이 이 같은 과잉 긴축에 대한 비판을 수용해 금리 인상의 속도와 폭을 조절할지는 의문이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만 해도 4일 미국 싱크탱크인 외교협회(CFR) 연설에서 "내가 전해 듣는 사람들의 고통은 인플레이션 측면의 것"이라며 "어떤 사람은 내게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일하는데도 (임금이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지 못해) 매일 빠르게 뒤쳐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과잉 긴축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후행지표기 때문에 CPI를 확인하고 정책을 바꾸면 너무 늦다고 경고한다 해도 연준은 결국 CPI 상승률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떨어진 것을 확인한 다음에야 정책 전환을 고민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오는 13일 나오는 지난 9월 CPI를 확인해 봐야 다시 움트고 있는 통화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근거가 있는지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연준이 정책을 완화 기조로 바꾼다고 해도 증시가 금세 강세장이 되지는 못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헤지예 리스크 매니지먼트의 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자)인 키이스 맥컬러프는 지난 4일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연준이 통화정책을 완화할 때 우리는 이미 침체에 빠져 있을 것이고 이는 증시에 부정적"이라며 "다음 침체는 현대 역사상 가장 큰 폭의 실적 침체일 수 있기 때문에 연준이 구원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며 여전히 낙관적인 사람들에게 상당히 따끔한 교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