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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골프장에 떨어진 미사일…강릉시민 공포의 8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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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군 당국이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응사격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강원도 강릉에서 낙탄사고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강릉지역 주민들은 한밤중 불길과 폭발음으로 불안에 떨어야 했다. 군 당국은 유감을 표시하며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다짐했지만 주민들에 대한 안내가 늦어져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5일 강릉시민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께부터 2시간가량 월호평동 공군비행장 일대에서 여러 차례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커뮤니티 카페 등에도 관련 사진과 영상이 잇달아 올라왔다. 소방당국에도 '비행장에서 폭탄 소리가 난다' '비행기가 추락한 것 같다'는 등의 신고가 10여 건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현장으로 출동하던 중 군부대 측으로부터 훈련 중이라는 설명을 듣고 복귀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대응해 4일 밤부터 5일 새벽까지 지대지미사일 사격을 실시하던 중 '현무-2C' 탄도미사일이 발사 직후 비정상적으로 비행하다가 기지 안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사고 미사일은 발사 직후 비정상적으로 비행하면서 발사 지점에서 후방으로 1㎞ 지점 군 골프장에 떨어졌다.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탄두가 발견된 지점이 인근 민가와 불과 700m 떨어진 지점이어서 자칫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 미사일에는 탄두가 장착돼 있었지만 터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폭발음이 비행장에서 3~4㎞ 떨어진 입암동 등에서도 들렸다. 입암동의 한 주민은 "갑자기 굉음이 수차례 들려 깜짝 놀랐다"며 "최근 북한 도발이 계속됐기에 실제로 전쟁이 난 줄 알았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노암동 주민들도 느닷없는 폭발음으로 밤새 불안에 떨었다. 강릉 유천동에 거주하는 최 모씨(40)는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지인이 SNS를 보고 안부 전화를 걸어왔는데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어 더욱 불안했다"며 "사고가 났으면 행정당국과 협조해 안내문자라도 발송하는 등 빠르게 대처해야 하지 않느냐"고 쏘아붙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역구인 강릉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에 대해 철저한 경위조사를 요구했다. 권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민의 혈세로 운용되는 병기가, 오히려 국민을 위협할 뻔했다"면서 "(군이) 재난문자 하나 없이 무작정 엠바고(보도유예)를 취한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군사보안을 앞세운 군의 태도를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은 논평을 통해 "낙탄사고가 일어난 곳은 강릉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자칫 궤도를 달리해 민가로 떨어졌다면 끔찍한 참사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합참은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연합전력의 대응능력을 현시했다고 자화자찬만 하고 나섰다"고 질타했다. 군 관계자는 "현재 군과 국방과학연구소(ADD), 생산업체 등 관계기관이 합동으로 비정상 낙탄의 원인에 대한 정밀 분석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군이 ADD와 함께 해당 미사일 보유량 전량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낙탄사고 원인이 미사일 자체 결함보다는 관리상 문제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통상적으로 미사일 제작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 고체추진제에 미세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 균열이) 불규칙 연소를 유발해 폭발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릉 = 이상헌 기자 / 서울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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