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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美·日정상 “北 강력 규탄”… 레이건호 동해로 회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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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발사 안보리 결의 위반”

美 핵항모 한반도로 방향 돌려

北 도발에 대응태세 전방위 강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한을 강력히 규탄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별도의 통화를 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4일 당일 전화 통화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을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했으며 (이번 미사일) 발사가 일본 국민에게 위험이 되고 역내를 불안정하게 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평가했다”고 미국 백악관이 5일 발표했다.

세계일보

한·미 ‘에이태킴스’ 발사 맞대응 한·미 군 당국이 5일 새벽 실시한 연합 지대지 미사일 사격훈련에 투입된 에이태킴스(ATACMS)가 동해상에 설정된 가상표적을 향해 화염을 뿜으며 발사되고 있다. 한·미는 4일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것에 맞서 한·미가 보유한 지대지 미사일을 투입, 사격을 실시했다. 합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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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은 “양 정상이 즉각적이며 장기적인 대응을 양자, 한국과 함께 3자로, 그리고 국제사회와 함께 지속해서 긴밀히 조율할 것임을 확인했다”며 “북한의 불법적인 탄도미사일 및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지탱할 능력을 제한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계속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전화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일·한 문제에 대해서는 얼마 전 유엔 총회에서 윤 대통령과 의사소통을 해 외교당국의 다양한 협의를 촉진한다는 점에 생각이 일치했다”며 “안보 분야는 국민의 생명, 일상생활과 관련된 부분이므로 긴밀한 의사소통을 도모해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총리관저가 이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최대 당사자인 한국이 아닌 일본 정상과만 통화했다는 점은 국제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북한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가로질러 직접적 위협을 하면서 일본이 뒤집어졌다”며 “(한·미) 대통령 간의 결심 사항이 필요하면 추가적인 통화를 해야겠지만 양국은 기존 합의대로 이미 충분한 조치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이러한데 앞으로의 상황을 봐서 (추가 통화 등에 대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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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해 발사체가 일본 상공을 넘어 태평양으로 낙하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지난 4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 화면을 지켜보고 있다. 남정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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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리 군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규정한 것에 비해 미국 측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 명의 성명과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 발언을 통해 장거리탄도미사일(Long-range ballistic missile)로 표현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좀처럼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던 백악관이 3일(현지시간) NSC 대변인 명의 규탄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기시다 총리와 통화함에 따라 북한에 대한 고강도 대응이 예상된다.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중국의 군사 위협이 고조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핵 위협에 나선 가운데 북한까지 도발 수위를 끌어올리자 대응태세 강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과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은 각각 한·일 국방장관 및 외교차관과 연쇄 통화를 하고 북한 미사일 대응과 한반도 비핵화, 한·미·일 안보협력 문제를 협의했다. 셔먼 부장관과 조현동 외교부 1차관, 모리 다케오(森健良)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수 주 내 일본 도쿄에서 3국 외교차관 회의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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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한·미 연합 해상훈련을 마치고 한국 해역을 떠났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CVN-76·작은 사진)는 북한 IRBM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5일 동해 공해상에 다시 투입됐다. 합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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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은 이와 관련해 동해에서 진행된 한·미·일 대(對)잠수함 연합훈련(지난달 26∼29일) 참가 후 해역을 떠났던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CVN-76) 항모강습단이 동해 공해상에 다시 전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레이건호 항모강습단의 한반도 재전개는 매우 이례적이다.

한·미 군 당국은 이날 오전 1시쯤엔 동해상으로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에이태킴스(ATACMS) 2발씩, 총 4발을 발사해 가상표적을 정밀 타격했다. 연합지대지 대응사격 중 국군이 국산 단거리탄도미사일인 현무-2 1발을 쐈으나 발사 직후 비정상 비행 후 강원도 강릉기지 내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제7차 핵실험으로의 가능성을 높여가기 위한 단계별 시나리오를 밟아가는 게 아닌가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일 대응 수단에 전술핵도 포함되는지에 대해선 “한·미는 확장억제의 획기적 변화 방안을 긴밀하게 협의·강구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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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한미 군 당국이 펼친 정밀폭격훈련에 참가한 F-15K가 공대지 합동 직격탄(JDAM)을 투하하는 모습. 합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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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중·러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어 안보리 차원의 결의 채택은 불투명하다.

미국은 안보리 차원의 결의 채택에 실패하면 동맹국과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인물 및 기관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할 수 있다. 우리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이해 당사국으로서 5일 안보리 공개 브리핑에 참석한다”며 “북한의 반복되는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서 국제사회의 엄중한 메시지가 발신될 수 있도록 안보리 이사국을 포함한 주요 우방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도 계속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무모한 행위이자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유럽연합(EU) 대외관계청(EEAS)도 성명에서 “북한이 향후 추가로 역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기 전에 유엔 안보리가 국제 및 역내 평화와 안보에 대한 증대하는 위협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워싱턴·도쿄=박영준·강구열 특파원, 이현미·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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