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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韓 경제위기 징후 살펴보니…대만 베트남보다 심각하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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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위기 징후 분석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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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금리인상, 고물가 등 복합위기 파고가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의 경제위기 징후가 대만이나 인도네시아, 베트남보다도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 대외 건전성 부문에서는 아시아 주요국에 비해 위험도가 낮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난 정부·가계부채가 향후 경제 위기에 불을 댕길 수 있는 뇌관으로 지목됐다.

5일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연구원이 국제통화기금(IMF) 위기징후 지표를 활용해 가용 통계가 있는 아시아 24개국 경제 위기 수준을 진단한 결과 한국은 8개 평가 항목 가운데 물가, 정부부채, 민간부채 등 3개 부문에서 기준 수위를 넘어 '경고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IMF는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사태 이후 국가별 경제·금융 취약성을 비교하기 위해 위기 징후지표를 도입했다. 세부적으로 △물가 상승률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경상수지·정부부채·민간부채 비율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비율 등 모두 8개 정량 지표를 기준 삼아 특정선을 돌파했을 때 위기 징후가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은 3개월 평균 물가(6.0%)와 올 2분기 민간부채 비율(173.6%), 올해 정부부채 비율 전망치(52.0%) 등 3개 부문에서 기준선을 넘어섰다. 위기 지표가 1개에 불과한 대만, 인도네시아보다 위기 징후 수준이 더 강하다는 의미다. 베트남 역시 위기 지표가 2개에 불과하다.

가계부채 '위험구간' 한참 넘어서…금리인상기 韓경제 최대약점

IMF 위기징후지표로 진단

8개 지표중 3개부문서 경고음
2분기 가계빚 1869조로 최대
정부 부채도 위험기준선 넘겨

무역적자행진, 경상수지 부담
대만·印尼보다 수출구조 취약

전문가 "정부, 위기인식 시급"
당국 경제정책 엇박자도 비판

한국은 현재 대외지급능력은 건실하지만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는 고물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정부·가계 부채가 경제 기반을 좀먹는 최대 위기 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앞으로 경제 정책은 미국발 금리 인상에 따른 고금리 국면에서 정부와 민간 부문 부채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집중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일경제는 우리 경제가 직면한 위기 가능성을 분석하기 위해 한국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8개 위기징후지표를 통해 아시아 24개국 경제 취약점을 진단했다.

이 가운데 미국발 금리 인상 등 강달러 국면에 거시건전성을 측정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는 대외지급능력이다. 이 부문에서 한국은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간 갚아야 할 해외 빚 비율(단기외채비율)은 38.2%로 IMF 위험 기준선(100% 초과)은 물론 아시아 평균(125.7%)에 비해서도 훨씬 낮았다. 은행권 총대출액에서 부실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0.17%로 양호했다. 최근 원화값이 추락하며 자본 유출이 심해지고 있지만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외환보유액이 급락하며 해외에 진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상태는 아니라는 의미다.

문제는 현재 채무 상환 능력이 아니라 앞으로 한국이 얼마만큼 돈을 벌 수 있을지인데 이 부분이 불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원화값 급락 직격탄을 맞고 상품 교역에서 자꾸 달러가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 전망치는 2.18%로 IMF 위기 기준선(-5% 미만)을 넘지는 않았지만 추가적으로 지표가 더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비해 수출 구조가 비교적 탄탄한 대만과 인도네시아는 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이 각각 13.2%, 4.5%로 강했다. 이들 국가는 건실한 실물경제를 바탕으로 경제 위기징후지표가 1개씩밖에 없는 양호한 펀더멘털을 이어가고 있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대만과 인도네시아는 강력한 수출 경쟁력을 갖고 있어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한국보다 높은데 상대적으로 정부와 민간 부문 건전성도 좋다"며 "한국도 수출 경쟁력을 고도화해 경제 위기를 막을 수 있는 기초체력을 더 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치솟는 물가와 2020년 코로나19 국면 이후 급증한 부채다. 한국은 IMF 위기징후지표 8개 평가 항목 가운데 물가, 정부부채, 민간부채 등 3개 부문에서 기준 수위를 넘어 경고 단계에 진입했다.

한국의 최근 3개월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6.0%로 IMF 기준(5%)을 훌쩍 뛰어넘었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52.0%)과 민간부채(173.6%)의 올해 전망치도 IMF 기준선을 넘어섰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며 원화값 하락과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도 따라 금리를 올려야 하는 요인이 강해진 상태에서 부채 위험이 실물경제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졌다.

민간부채의 주축은 가계부채다. 한은에 따르면 고금리 국면에도 2분기 기준 가계빚(가계신용)은 1869조4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6조4000억원 불어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업도 부채 충격에서 예외가 아니다. 최근 전경련이 매출 1000대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향후 기준금리가 0.25%포인트만 올라도 대기업 50%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낼 수 없는 '좀비기업'이 될 것으로 우려됐다. 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취약기업 수는 전체의 59%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한은은 늘어난 빚이 자산시장으로 흘러간 가운데 갑자기 버블이 꺼지는 강한 충격이 발생하면 가계·기업이 66조8000억원에 달하는 신용손실(빚을 갚지 못하는 사태)을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정책당국이 위기 상황에 대해 더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인철 성균관대 명예교수(전 한국경제학회장)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은이 펴는 경제 정책이 통일성이 없어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정책 조합을 정교하게 짜면서 미국 등 기축통화국과 국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과거와 같이 외환 결제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 단기간 안에 외환위기가 올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과도하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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