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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美 반도체 새 공장 3년이면 가동…韓은 규제 발목에 최소 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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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반도체 초비상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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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전 세계 반도체 투자를 빨아들이고 있다. 지난 8월 '반도체산업육성법'이 의회를 통과한 뒤 발효되면서 각국 기업들의 대형 투자 발표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파격적인 인센티브와 한발 빠른 중앙정부·지방정부의 행정 처리로 인해 기업들의 만족도 역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이 자국에 1000억달러(약 142조원)에 달하는 신공장 투자를 발표하면서 그동안 한국 업체들이 주도해 왔던 메모리 업계 판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4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신공장 투자를 발표하면서 미국 정부의 반도체법을 투자 결정의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반도체법의 핵심은 미국 내에 생산기지를 짓는 기업들에 총 520억달러(약 74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마이크론은 이번 투자로 중앙정부에서 최대 30억달러(약 4조2600억원)의 보조금을 받게 됐다. 이와 별도로 지방정부인 뉴욕주에서도 55억달러(약 7조8100억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보조금 규모만 최대 12조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투자에 따른 세액공제도 25%에 달한다.

반면 국내의 경우 국가나 지방정부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은 한 푼도 없다. 투자 세액공제도 6%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에 직접 공장을 지을 수밖에 없는 정치적 배경은 논외로 하더라도, 같은 비용이라면 한국보다는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투자비용 측면에서도 더 나은 선택지가 된다.

한국 국회에도 지난 8월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투자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반도체지원법이 발의됐다. 법안은 인허가 신속 처리와 전문인력 양성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 투자세액공제 기간과 공제액을 확대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이 담겼다. 그나마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은 국회에서 논의가 되고 있지만, 조세특례제한법은 주관 부처인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법 개정에 한 걸음도 떼지 못한 상황이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정치권과 정부 모두 반도체산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지만 실질적인 지원책은 아직까지 한 개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반도체 투자는 속도전이라 법 통과가 마냥 늦어져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서 투자를 한다고 해도 각종 인허가 문제로 발목을 잡히는 일도 빈번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용인반도체클러스터다.

2019년에 투자를 발표했는데 아직도 용지 조성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못한 상황이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는 정부 환경영향평가 지연과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반대로 3년 만인 지난 4월에야 겨우 기초공사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취수원인 여주시가 관로 설치를 반대하면서 용수 공급에 제동을 거는 사태까지 터졌다.

용수 문제는 2020년부터 협의해 가까스로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6월 지방선거 후 새로운 여주시장이 취임하면서 기존 합의를 취소하고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중앙정부도 취수장이나 관로 설치 등은 지방자치단체 고유 권한이라며 적극 개입을 하지 않는 상황이다.

반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삼성전자는 전력과 용수 공급 문제를 일찌감치 해결했다. 지방자치단체인 테일러시 윌리엄슨카운티가 인근에 있는 마일럼카운티에서 물을 끌어오는 협상을 직접 주도해 타결시킨 것이다. 일본도 2년 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키옥시아가 이와테현에 신규 공장을 지을 때 상위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용수 공급 문제를 해결했다. 대만의 경우 산업단지에 용수 인프라스트럭처를 기본적으로 무상 지원한다. 지자체의 반대로 공사가 계속 지연되면서 SK하이닉스 신공장의 양산 시점은 2027년으로 늦춰진 상황이다.

반면 마이크론의 뉴욕주 프로젝트는 속전속결이다. 이르면 3년 뒤인 2025년 말 제품 양산이 기대된다. 마이크론의 투자 발표가 용인보다 3년이나 늦었지만 양산은 2년 먼저 시작된다는 얘기다. 결국 미국 뉴욕주에 공장을 짓는 마이크론이 용인에 공장을 세우는 SK하이닉스보다 5년이나 빨리 필요한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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