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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물가와 GDP

미친물가 아직 안 끝났다…한은 두 번째 빅스텝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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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소비자물가 ◆

매일경제

소비자물가지수가 9월까지 두 달 연속 5.3%를 기록하며 7월에 비해서는 낮아졌지만 농축수산물과 외식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배추와 무 가격은 작년 대비 각각 95%와 91% 이상 뛰었다. 5일 서울시내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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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7월)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세가 8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두 달째 5%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여전히 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1400원대로 오른 '킹달러'와 국제유가 불안 등 불씨가 인플레이션을 키울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한국은행이 "상당 기간 물가가 5~6%대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면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이달에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5일 통계청은 '9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했다. 지난달 CPI는 108.93(2020년 100)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5.6% 상승했다. 이로써 물가 상승세는 2개월 연속 둔화했다. 소비자물가는 1월 3.6%에서 가파르게 올라 6월 6.0%, 7월 6.3%를 기록해 1998년 11월(6.8%) 이후 최고점을 찍었으나 8월 5.7%로 소폭 내려가며 상승세가 주춤한 모양새다.

물가 상승률이 주춤한 건 최근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류 제품의 가격 둔화 영향이 크다. 9월 석유류 제품 상승률은 16.6%로 나타났다. 석유류 상승률은 지난 6월 39.6%로 정점을 찍은 뒤 7월 35.1%, 8월 19.7%로 상승세가 꺾였다. 지난달 석유류와 가공식품(8.7% 상승)을 포함한 공업제품의 물가는 6.7% 올랐고 물가기여도도 5.6% 중 2.32%포인트로 전월(2.44%포인트)과 비교해 감소했다. 기획재정부는 "9월 물가는 국제유가 하락, 유류세 인하 같은 정책의 노력으로 2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상승폭이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농축수산물과 외식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높다. 작황이 좋지 않았던 배추는 지난달 95.0%나 가격이 뛰었고 무 가격 상승률도 같은 기간 91.0%에 달했다. 파(34.6%)와 풋고추(47.3%)도 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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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물가를 비롯한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도 계속됐다. 지난달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6.4%로 전월(6.1%)보다 0.3%포인트 올랐다. 상승률로는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다. 8월 8.8%를 기록했던 외식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9.0%로 1992년 7월(9.0%) 이후 30년2개월 만에 고점을 찍었다.

외식물가 구성 품목 가운데는 치킨(10.7%), 생선회(9.6%) 가격이 올랐고 보험서비스료(14.9%), 공동주택관리비(5.4%) 같은 외식 외 서비스도 4.5% 상승했다. 전기·가스·수도는 14.6% 오르며 역대 최대 상승률을 기록한 전월(15.7%)보다 오름폭이 둔화됐다.

이처럼 농축수산물과 서비스 물가가 고공행진하자 물가의 기조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다시 꿈틀대고 있다. 근원물가 지표인 농산물과 석유류 제외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4.5%를 기록했다. 8월에 4.4%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줄었던 것이 한 달 만에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식료품과 에너지 제외 물가지수도 지난달 4.1% 올라 전월(4.0%)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이는 2008년 12월(4.5%) 이후 최고다.

정부는 올 들어 지속된 고물가가 10월 정점을 찍는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고물가가 지속되는 데다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변수가 많아 10월 정점론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가 정점을 지났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면서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OPEC+)의 원유 감산 결정, 10월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 환율(원화값 하락) 등 상방 요인이 있다"고 했다. 그는 "올해 누적 물가 상승률은 9월 기준 5.0%지만 연간으로는 5%대 초반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보통 물가가 정점을 찍으면 급격하게 내려와야 하는데 이번에는 고원 형태를 만든 후 일정 기간 높은 수준에서 완만하게 내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은도 고물가가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을 예측했다. 한은은 이날 오전 이환석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 부총재보는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외식 등 개인서비스 품목을 중심으로 근원물가 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소비자물가는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향후 물가 상승 요인에 대해 이 부총재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개 양상, 세계 긴축 기조 강화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높은 수준의 환율, 주요 산유국의 감산 규모 확대 등이 물가 상방 리스크로 잠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한은이 이달 14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빅스텝을 또다시 밟을 것이란 전망이 한층 우세해졌다. 한은은 지난 7월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한 바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개인서비스 물가가 6%대의 높은 수준을 이어갈 전망이고 물가 상승세 하락폭이 크지 않아 한은이 이달 빅스텝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OPEC+의 감산 예고에 대해서는 "수입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원자재 가격 중 원유 비중이 절대적"이라며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가면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심각하게 작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혁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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