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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르포] 태풍 힌남노 한달…응급복구에도, 포항 곳곳 여전한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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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100여명 아직도 집에 못 돌아가고 대피소 생활

참사 지하주차장, 경찰 통제선 그대로 걸려 그날의 아픔 떠올려

연합뉴스

내려앉은 펜션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5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항사리 냉천 인근 펜션이 하천 바닥으로 내려앉은 상태로 놓여 있다. 지난달 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에 따른 집중호우로 냉천이 불어나면서 포항에서는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났다. 2022.10.5 sds123@yna.co.kr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흐리고 간간이 비가 내린 5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항사리 오어저수지는 흙탕물로 가득 찼다. 저수지 주변에는 상류에서 떠내려온 나뭇가지와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오어저수지는 지난달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포항을 강타할 당시 피해가 집중된 도심 하천 냉천의 발원지다.

이날 오어지 바로 아래에선 중장비가 쉴새 없이 움직이며 냉천에 쌓인 토사를 걷어내고 있었다.

지난달 6일 태풍 힌남노가 포항 일대를 할퀴고 간 지 한 달이 됐지만, 포항 곳곳에 남겨진 '상처'는 아직 제대로 아물지 않았다.

5일 포항시에 따르면 태풍 힌남노로 모두 10명이 숨졌다.

이 가운데 지하 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다 숨진 사람이 인덕동 7명, 오천읍 1명 등 모두 8명이다. 또 공공시설 596억원, 사유시설 1조1천567억원 등 1조2천163억원의 피해가 났다.

이번 태풍은 기록적인 폭우로 냉천이나 칠성천, 장기천, 대화천, 신광천 등 지방하천이 범람한 데다가 만조 시간이 겹치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겹치면서 남구 일대에 큰 피해를 남겼다.

포항시가 집계한 현재까지 응급 복구율은 99.9%.

이날 돌아본 냉천 일대에서는 중장비가 곳곳에서 하천에 쌓인 토사를 치우는 등 복구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하천 응급 복구는 어느 정도 끝난 듯 보였지만 주택이나 공장 복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오어지 주변 식당 한 곳은 지난 1일부터 영업을 재개했다는 현수막을 붙여 놓았지만 바로 옆 식당은 복구공사가 한창이었다.

토사에 묻혔던 다리는 이제 모습을 드러냈지만 하천 경사면이 유실되는 바람에 아래로 내려앉은 오천읍 항사리 펜션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특히 큰 피해가 난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포스코는 12월까지 공정을 정상화하겠다는 목표로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는 가장 큰 피해를 본 압연(열과 압력을 가해 철을 가공하는 작업) 라인 복구에 힘쓰고 있다.

이번 태풍으로 포항에서만 이재민 4천153가구 8천239명이 발생했다.

대부분 집으로 돌아갔지만 대송면 다목적복지회관 61명, 동해면민복지회관 26명 등 6곳에 112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이재민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이들은 집이 침수되거나 파손돼 아직 복구하지 못한 주민이다.

시와 자원봉사단체는 3곳에서 끼니마다 밥을 제공하고 있다.

시는 이달 안으로 취약계층 이재민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배 등 집수리를 지원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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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 출입구에 걸린 경찰통제선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5일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 출입구에 경찰통제선이 걸려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에 따른 집중호우로 차를 밖으로 빼내려던 주민 6명이 숨졌다. 2022.10.5 sds123@yna.co.kr


지하주차장 참사로 6명이 숨진 인덕동 아파트단지는 어느 정도 일상을 회복한 듯 보였다.

지상주차장과 도로 등을 가득 메웠던 침수차는 모두 견인됐다. 주민들이 설치한 상황실도 사라졌고 주차장에 가득했던 진흙도 치워졌다.

그러나 지하주차장 출입구에는 여전히 경찰 통제선이 걸려 있어 그날의 아픔을 떠올리게끔 했다.

유족들로 구성된 포항냉천인명사고협의회는 진상 규명과 초기 대응 미흡 등에 따른 책임자 문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포항시는 장기적으로 안전도시 전환을 위한 안전진단과 방재 종합계획을 세워 3조 3천억원을 들여 도시 우회 대배수터널 및 차수벽 건설, 하천 복구 등에 나설 계획이다.

이강덕 시장은 "과거 빈도에 의존해 미래 재난을 대비하는 방재 정책에 한계가 있다"며 "국가기간산업과 시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종합계획을 세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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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탕물이 그대로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5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항사리 오어저수지가 흙탕물로 탁한 색을 보이고 있다. 저수지 가에는 나뭇가지와 쓰레기가 그대로 쌓여 있다. 이 저수지에서 시작된 냉천은 지난달 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에 따른 집중호우로 범람하면서 주변에 큰 피해를 남겼다. 2022.10.5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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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복구 중인 포항 냉천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5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냉천 일대에서 응급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6일 제11호 태풍 힌남노에 따른 집중호우로 냉천이 범람하면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났다. 2022.10.5 sds123@yna.co.kr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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