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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게 뭡니까" 그가 비판하지 못한 권력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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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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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뭡니까?"

나비넥타이를 매고 한국 정치에 신랄한 직언을 날렸던 보수 원로인사 김동길 연세대 사학과 명예교수(사진)가 지난 4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5일 유족에 따르면 숙환으로 입원 중이던 김 교수는 전날 오후 10시 30분께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고인은 지난 2월 코로나19에 확진된 후 회복했지만, 3월부터 다시 호흡기 질환 악화로 입원해 상태가 호전되지 못했다.

고인은 1928년 평남 맹산에서 태어나 1946년 월남한 후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유학을 떠나 에번스빌대에서 역사학, 보스턴대에서 철학을 전공하며 '길은 우리 앞에 있다' '석양에 홀로 서서' '링컨의 일생' 등 100권이 넘는 저서를 남겼다.

김 교수는 귀국 후 연세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사회 운동·현실 정치에 깊숙이 관여했다. 군부독재 시절 잡지 '씨알의 소리' 등에 박정희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쓰고, 강연을 하는 등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기소돼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으나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1980년에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도 연루돼 대학에서 두 차례 해직됐다.

해직 기간 중 에세이, 신문 칼럼 집필, 강연으로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간 고인은 '강단 스타'의 원조였다. 1980년대 정치평론을 하면서 항상 콧수염을 기르고 나비넥타이를 매고 다녔는데 일평생 이 스타일을 트레이드 마크로 유지했다. "이게 뭡니까?"라며 못마땅한 정치 행태와 세태를 일갈하는 그의 말은 유행어가 됐다. 1991년 강의 도중 강경대 치사사건과 관련해 "그를 열사라고 부르지 말라"고 언급했다가 학생들의 거센 반발을 샀고, 강단을 떠나야 했다.

이후 새 정치를 주장하는 '태평양시대위원회'를 창립하고 한때 대권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창당한 통일국민당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현실 정치에 뛰어든 그는 1992년 14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고, 1994년 신민당을 창당했다. 이듬해에는 고 김종필 전 총리의 자유민주연합에 합류하기도 했다. 그러나 15대 총선을 앞두고 탈당하며 1996년에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말년에는 보수진영 원로이자 보수 논객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생전에 "자살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고인은 2019년 구순을 넘긴 나이에도 유튜브 채널 '김동길 TV'를 개설해 지난해까지 운영했다. 올해 초에는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았다.

평생 독신으로 지낸 고인은 생전 그의 뜻에 따라 시신을 연세대 의과대학에 기증했다. 서울 서대문구 자택은 누나인 고 김옥길 여사가 총장을 지낸 이화여대에 기부한다. 장례는 고인이 누나를 기리기 위해 자택 마당에 건립한 김옥길기념관에서 가족장으로 7일까지 치러진다. 유족으로는 여동생 김옥영·김수옥 씨가 있다. 장지는 고인의 부모가 모셔진 경기 양평군 소재 가족묘다.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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