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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긴축 효과에 경기 둔화 우려…8월 美 신규 일자리 110만건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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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노동 시장이 식어가는 징후가 나타났다. 지난 8월 신규 채용 일자리 수가 줄었다. 노동 수요가 줄면서 임금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도 약해질 전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강력한 긴축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경기가 식는 걸 넘어 얼어붙을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빅테크 업체를 필두로 주요 기업이 고용을 당분간 중단하거나 줄이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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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매달 구인 중 일자리 수 변화. 파이낸셜타임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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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동부가 4일(현지시간) 발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지난 8월 미국의 고용주가 사람을 구하는 일자리 수는 총 1005만3000건으로 전달보다 110만건 줄었다. 이런 감소 폭은 최근 20년 중 2020년 4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120만건이 줄어든 것 다음으로 큰 규모다.

미국 노동시장의 강력한 구인 수요는 물가와의 전쟁에 나선 Fed에 큰 부담이었다. 일자리는 많은데 일 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하면, 임금이 오르고 이는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구인 중인 일자리 수의 감소로 공격적인 긴축에 나선 Fed는 약간 안도하게 될 것”이라며 “Fed는 금리 인상으로 경기를 억제해 노동 시장에서 실직 없이 수요(구인)와 공급(구직)의 균형을 달성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필립 제퍼슨 Fed 이사는 이날 공개 연설에서 "현재 노동 시장에서 구직자보다 채용 공고가 더 많아 추가적인 임금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우리는 운송 정보와 생산자 물가 등 여러 자료를 통해 노동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고 있다는 몇몇 징후를 관찰했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 Fed 의장은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현재 노동 시장이 매우 강해 경기 침체에 진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 인상을 통한 노동 수요 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만큼 구인 수요가 줄어든 건 Fed의 긴축이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단 방증인 셈이다.

노동 시장의 수요 압력이 줄어든 기미가 보이자 시장은 반색했다. Fed가 예상보다 빨리 통화 정책 기조를 바꿀 수 있단 기대감 때문이다.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 지수는 전날보다 2.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3.06%, 나스닥 지수는 3.34% 급등했다. 지난주 장중 연 4%를 넘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5일 오후 3시 기준 3.6% 수준에서 거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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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물류창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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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동시장의 신규 일자리 감소를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경기 침체의 전주곡일 수 있어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이 진행 중이다. 고용을 동결하는 기업도 있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올해 연말까지 물류·유통 부문의 신규 채용을 하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온라인 매출이 급증하며 물류와 유통을 담당할 많은 직원을 채용했지만 최근 매출이 꺾이며 인력 감축이 불가피해졌다. 브래드 글래서 아마존 대변인은 “적절한 시점에 다양한 부문에서 채용 전략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타(구 페이스북)도 2004년 설립 이후 첫 감원에 나섰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직원들과의 질의응답 중 “창업 이후 이어져 온 고속 성장의 시대가 끝나고 내년 말에는 메타의 규모가 올해보다 작아질 것”이라며 정리해고를 예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메타는 최근 부서 재편성 방식으로 감원을 진행 중이다. 메타의 관행상 30일 내에 새로운 부서에서 업무를 맡지 못한 직원은 고용계약이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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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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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도 최근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하며 해당 부문 직원들에게 다른 업무를 찾을 것으로 통보했다고 WSJ은 보도했다. 구글이 통상 직원에게 새 업무를 찾는데 부여하는 기간은 60일이다.

구인난 완화와 식어가는 노동 시장의 분위기는 빅테크만이 아니다. 지난 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올해 연말 홀리데이 쇼핑 기간에 시간제 근무 직원을 전보다 적게 고용하기로 했다. 지난해보다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면서다. ‘경기 동향 풍향계’로 불리는 물류업체 페덱스도 고용을 동결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NYT는 “미국의 고용주들이 최근 직원을 뽑고 붙잡아 두는데 드는 노력과 비용이 전보다 줄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이처럼 달라진 분위기는 인력난에 더 좋은 근로조건을 요구할 수 있었던 하위 계층 근로자에 부정적인 뉴스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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