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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62호 홈런' 저지 축하한 바이든…"더 많은 역사 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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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선거 구호 같은 문구로 홈런 대기록 축하

백악관 대변인 "바이든, 2024년 대선 출마할 것"

“이미 역사를 썼고 앞으로 더 많은 역사를 쓸 것이다(History made, more history to make).”

세계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부정 판결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왼쪽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오른쪽은 미겔 카도나 교육부 장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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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메이저리그 애런 저지(30·뉴욕 양키스) 선수의 시즌 62호 홈런을 축하하며 올린 글이 의미심장하다. 표면상 ‘저지가 미국 야구사를 새로 썼다’는 뜻이나 다음달 연방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꺼내든 선거운동 구호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2021년 1월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그간 많은 업적을 세웠고,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이 민주당에 표를 몰아준다면 더 많은 일을 해낼 것이란 의미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저지는 텍사스주(州)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 대 텍사스 레인저스 경기에서 올 시즌 자신의 62호 홈런을 때렸다. 이는 1961년 양키스 소속 로저 매리스가 세운 최다 홈런 기록(61개)을 꼭 61년 만에 뛰어넘은 것이다. 미 언론은 “아메리칸리그(AL) 단일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이 수립됐다”며 대서특필했다.

그 직후 바이든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저지 선수의 62호 홈런을 축하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위에 소개한 문장을 덧붙였다. 저지가 이미 대단한 성취를 했고 앞으로 더 위대한 업적도 세울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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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애런 저지 선수가 지난 4일(현지시간) 시즌 62호 홈런을 때린 뒤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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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신경을 써 고른 듯한 ‘History made, more history to make’라는 표현은 묘하게 선거 구호를 연상시킨다. 그렇지 않아도 바이든 대통령은 1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의회 중간선거에 대비하느라 요즘 정신이 없다. 취임 후 지난 1년 9개월 동안 세운 업적, 특히 경제 분야의 각종 지표가 개선된 수치를 연일 SNS에 올리며 선거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와 그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등 인플레이션 여파로 지난 5월과 6월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 수준인 36%까지 떨어졌다. 이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의회 통과, 대학생 학자금 대출 탕감 조치 등 잇따라 성과를 내며 지금은 지지율이 40%대 초반까지 올랐다. 일각에선 “이런 분위기라면 11월 중간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공화당을 이겨 하원 과반 의석을 유지하고 상원에서도 과반 다수당이 될 것”이란 관측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2024년 대선에 다시 출마해 연임에 도전할 뜻을 공식화한 바이든 대통령한테 이번 중간선거는 정치생명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당인 민주당이 승리하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커지겠으나, 야당인 공화당에 패하면 ‘바이든 책임론’이 불거지며 당장 “젊은 세대 정치인에 대선 후보 자리를 넘겨야 한다”는 당내 압박이 거세질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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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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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SNS 글 가운데 ‘앞으로 더 많은 역사를 쓸 것’이란 문구는 연임 도전과 관련이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1942년 11월에 태어나 곧 80세가 되는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시점의 나이(78세)로 이미 미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의 기록을 세웠다. 80대 나이에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이도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이다. 만약 그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오는 2029년 1월 퇴임 시점에 86세가 되는데 이 또한 대기록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민주당 내부에는 ‘세대교체’를 요구하며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에 도전하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날도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 출마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께서 여러 번 하신 말씀을 그대로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며 웃었다. 이어 “대통령께선 출마할 계획”이라고 못박았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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