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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취재후 Talk] 물가 정점론 고개 들지만 저물가는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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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소비자물가 동향 / 통계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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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의 정점은 어디일까?"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찾고 있는 답이다. 특히 치솟던 물가가 숨을 고르기 시작하면 이런 물음의 세기는 더 강해진다.

지금 우리나라가 그렇다. 7월 물가가 약 14년 만에 최대인 6.3%를 찍었고, 이후 8월과 9월 두달 연속 5%대로 떨어졌다. 그래서 물가의 정점을 지났나 하는 물음이 고개를 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엔 5%대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남은 변수도 적지 않다. 국제유가와 환율, 공공요금 인상이 그것이다. 그러면 이런 변수까지 넘는다면 저물가 시대가 올까.

■고개 드는 물가 정점론

정부의 물가 정점 전망은 9월 말에서 10월이다. 계절적으로 보면 가을이다. 통상 1년 중에 휴가가 많은 여름철, 그리고 가을 초입에 있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물가 상승이 두드러진다. 평소보다 씀씀이가 커지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물가가 높았었기 때문에 이 시기를 넘기면 물가가 다소 안정될 거란 게 정부의 분석인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추석 물가를 지난해 수준으로 낮추겠다면서 성수품 공급을 확대하고, 할인쿠폰을 역대 최대로 공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8월과 9월의 물가 상승세 둔화는 다소 의아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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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락세를 보인 서부텍사스유 / 네이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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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착시

최근의 물가 상승 둔화는 '유가의 착시'라고 부를만하다. 그동안 물가를 강하게 밀어올렸던 국제유가가 안정되면서 성난 물가도 다소 쉬어가는 모양새인 것이다.

서부텍사스유(WTI) 배럴당 가격은 지난 7월 1일만 해도 108.43달러였지만 이달 3일엔 83.63달러로 20% 가까이 떨어졌다.

석유류가 포함된 공업제품 물가도 비슷한 흐름이다. 7월 공업제품 물가는 8.9%였지만 9월엔 6.7%로 크게 떨어졌다. 같은 기간에 농축수산물이 7.1%에서 6.2%로, 전기·가스·수도가 15.7%에서 14.6%로, 서비스가 4.2%에서 4.0%로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하락폭이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면 물가가 다시 급등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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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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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의 결정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대규모 감산을 논의하고 있다.

원유의 대규모 감산(Big Cut)이 얼마나 클지에 따라 물가 영향도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외신을 통해서 "하루 200만 배럴 또는 세계 공급량의 약 2% 규모"의 대규모 감산이 논의될 수 있다는 소식도 흘러나왔다.

이대로 간다면 다소 안정됐던 국제유가가 일정 부분 오르는 것은 기정사실화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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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뉴스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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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달러의 귀환

'킹달러', 요즘 뉴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말이다. 미국이 자국의 물가를 잡기 위해 3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 포인트 인상)을 취하면서 전 세계의 달러가 줄어들어 다른 통화들은 약세를 보이는 현상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달러·원 환율은 약 14년 만에 1440원을 돌파했다. 킹달러는 수입 물가를 올려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있다. 외국에서 들여오는 물건의 가격이 오르니 자연스럽게 국내 물가도 자극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물가가 잡힐 때까지 금리를 올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킹달러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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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뉴스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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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요금의 역습

코로나19 발생 이후 문재인 정부는 공공요금을 사실상 억눌렀다. 해당 기관의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요금을 동결했다.

그러는 동안 요금 인상이 요인이 계속 쌓였고 결국 견디다 못해 용수철이 튀듯이 오르고 있다.

이달부터 전기 요금은 킬로와트시(㎾h)당 7.4원이 올랐다. 월평균 307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의 경우 매달 2200원 정도를 더 내야 한다. 특히 여름철 전기 요금 완화안이 9월에 종료되기 때문에 10월부터 전기 사용량이 줄더라도 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

도시가스 요금도 메가줄(MJ)당 2.7원 오른다. 서울시의 경우 가구당 평균 가스 요금은 5400원이 늘어 월평균 3만 9380원을 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연초부터 공공요금은 올랐다. 전기·수도·가스 물가를 보더라도 7월 15.7%, 8월 15.7%, 9월 14.6%로 두 자릿수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10월 물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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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기획재정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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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 지났어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기존의 물가 정점 전망이 그대로냐"라는 질의에 대해 "변함이 없다"라고 답했다.

이어 물가 정점 이후 전망도 내놨다. 그는 "정점을 찍으면 내려와야 하는데 내려오는 속도는 완만하게 내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정 기간 동안 고물가가 지속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단순히 흘려들을 말이 아닌 것이, 지난해에 물가가 처음 3%를 넘긴 게 10월의 3.2%이다. 이어 11월엔 3.8%, 12월엔 3.7%로 인플레이션 조짐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5~6%대의 고물가가 이어진다고 분석했는데, 지난해 4분기 물가 평균 3.5%를 감안하면 국민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숫자보다 더 커질 수 있다.

물가 정점과 상관없이 지금과 같은 고물가의 터널을 한동안 통과해야 한다는 게 우려스럽다.

송병철 기자(songbc@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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