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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수업 어렵다” 원성에 교수 해고한 뉴욕대···‘대학 교육이란 뭔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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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생 350명 중 82명 청원에

유기화학 분야 석학 계약 해지

“완고하고 오만한 교수” VS

“공부 방법마저 잊어버린 학생들”

경향신문

메이틀랜드 존스 박사 / 프린스턴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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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대가 수업이 지나치게 어렵고 학점을 낮게 준다며 학생들이 불만을 제기하자 저명한 학자를 교수직에서 해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메이틀랜드 존스 박사(84)는 유기화학 분야의 저명한 학자이다. 제5판까지 출간된 권위 있는 교과서를 저술했으며 2007년 프린스턴대에서 퇴직 후 뉴욕대에서 계약직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뉴욕대는 2017년 ‘가장 멋진 교수 8명’에 그를 선정하며 “당신이 유기화학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도록 밀어붙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2년 만에 대면 수업이 재개된 지난 봄 학기 존스 박사의 수강생 350명 중 82명이 존스 박사를 비판하는 청원을 제출했다.

학생들은 존스 박사의 수업은 지나치게 어렵고 학점을 낮게 줘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의 꿈을 포기하게 만들기로 악명높다고 비판했다. 청원서는 “이렇게 수강 철회율이 높고 학점이 낮은 수업은 학생들의 배움과 안녕을 우선시하지 못하며, 화학과뿐 아니라 학교 전체에 안 좋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의 대학순위평가 등을 염두에 둔 언급이다.

학생들은 앞날이 극도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존스 박사의 수업에서 충격과 불안을 경험했다고 증언했다. 평균 점수가 만점의 30% 수준이었던 2차 중간고사 결과가 나오자 일부 학생들은 과호흡까지 겪었다. 학생들은 교수법을 바꾸기를 원하는 목소리를 듣지 않는 존스 박사의 태도가 “완고하고 오만하다”고 느꼈다. 다만 청원에 동참한 학생들도 청원이 존스 박사의 계약 해지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학교 측도 존스 박사의 수업에 D와 F학점이 비정상적으로 많다고 봤다. 지난해까지 학과장이었던 제임스 커네리 교수는 존스 박사의 강의 내용과 교수법을 존경하지만 그의 의사소통 방식은 거칠게 느껴진다며 “학생들은 변했고 힘들 때 교수들에게 더 많이 도움을 요청하고 (도와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존스 박사는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약 10년 전 인터뷰에서도 ‘학생들의 집중력이 많이 나빠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학교 측에 보낸 해명에서 “코로나19에 따른 학습 손실 이후 학생들은 공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공부하는 방법마저 잊어버리게 된 것 같다”며 “지난 2년 사이 학생들은 낭떠러지 아래로 곤두박질쳤다”라고 말했다.

존스 박사는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됐던 지난 2년간 사비 5000달러(약700만원) 이상을 들여 52편 넘는 온라인 강의를 제작했다. 그는 인터넷 접속 불량을 비롯해 수업을 듣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 요청에도 응했다고 동료 교수들이 전했다. 이들은 학생들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제대로 수업을 듣지 않았고 시험 때 부정행위까지 하며 학업 능력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존스 교수와 함께 수업을 진행한 아로라 박사는 “존스 박사는 대학교육의 목표가 높은 수준에서 엄격하게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일 때 교수법을 배운 사람”이라며 “학생들이 혹독한 과정을 거쳐야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뉴욕대는 결국 학생들 손을 들어줬다. 이번 가을 학기 존스 박사와 재계약하지 않았으며 그의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소급해서 수업을 철회할 수 있도록 했다. 마크 월터스 뉴욕대 화학과 학과장은 존스 박사에게 보낸 메일에서 “학생들과 등록금을 내는 사람들에게 부드럽고 확고한 손길을 내밀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존스 박사의 사례는 Z세대(2000년대 이후 출생자)가 다니고 있는 대학이 직면한 압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소개했다. 대면 수업을 겪어본 적 없는 학생들이 학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아울러 비싼 등록금을 받는 대학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두고 겪는 혼란도 사건에 반영됐다.

상업화된 미국 대학교육에서 문제의 근원을 찾는 시각도 있다. 아이칸 의대 교수이자 작가인 제이컵 에이펠은 뉴욕타임스 독자 의견란에 “치솟는 등록금과 학부모와 교사들에게 과보호를 받아 본 경험은 학생들을 마땅한 대우를 원하는 고객으로 만들었다”며 “학생과 교수의 관계는 더욱 거래적으로 됐고, 학교의 관리자들은 점점 더 고객의 편을 들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대 화학과 교수 20명은 학교 측에 존스 박사의 해고 처분은 “교육의 자유를 훼손하고 입증된 교육과정마저 흔들리게 할 우려가 있다”는 서한을 보냈다. 특히 ‘나에게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비정규 교수들 사이 번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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