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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중국 뜨는 일본 제조업, 공급 다변화 시동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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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새 940곳 ‘탈중국’

코로나 봉쇄로 생산 단절 겪고

미·중 갈등 ‘차이나 리스크’까지

일본 정부 ‘컴백 지원’ 뒷받침


한겨레

일본의 에어컨·화학제품 제조 대기업인 다이킨공업은 내년부터 중국산 부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에어컨을 생산할 수 있는 공급망을 별도로 만들 예정이다. 다이킨공업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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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에어컨·화학제품 제조 대기업인 다이킨공업은 내년부터 중국산 부품을 전혀 쓰지 않고 에어컨을 만들 수 있는 공급망을 별도로 구축한다. 핵심 부품 일부는 일본에서 만들고, 나머지는 동남아시아 등 중국 이외 지역에서 가져올 계획이다. 지금까진 중국을 ‘생산기지’로 적극 활용했지만, 앞으로는 ‘공급망 다양화’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다이킨공업이 이런 결단을 내린 직접적 계기는 2020년 초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이었다. 중국에 부품 생산 공장을 집중했을 때 얼마나 큰 피해를 볼 수 있는지 지난 2년 동안 뼈저리게 경험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주요 도시의 봉쇄가 길어지며 부품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다. 다이킨공업은 제품 생산에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 재구축은 과연 가능할까? 에어컨 등 공조기를 만들기 위해선 약 3천여개의 부품이 필요하다. 내부 검토 결과 자동차에 견줘 10분의 1인 이 정도 수준이라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회사 임원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부품 조달 다양화로 비용이 상승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긴급 상황에서도 제품 생산의 단절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탈중국’의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중 전략 경쟁이 전통적인 안보 영역(대만해협 위기)을 넘어 경제(공급망 재편)까지 확대됐다. ‘차이나 리스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것이다. 그러자 이런 ‘지정학적 변화’를 한국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일본 기업들이 진지하게 ‘탈중국’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당장 중국 의존도를 급격히 낮출 순 없겠지만, 생산 거점이나 부품 조달처를 다양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동안 △거대한 시장 △풍부한 노동력과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워 ‘세계의 공장’ 구실을 했던 중국에 생산 거점을 집중해왔던 일본 기업에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일본의 생활용품·가전 제조업체인 아이리스오야마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제품 가운데 플라스틱 수납용품 등 약 50개 품목을 지난달부터 일본 내 3개 공장에서 만들기 시작했다. ‘제로 코로나’로 인한 공급 차질과 중국을 둘러싼 고질적인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고민이 컸던 상황에서 엔화 약세로 해상 운임 등 비용이 급등하자 결단을 내렸다. 이 회사는 중국에서 100% 생산하던 마스크를 2020년부터 한국·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분산해 만들고 있다. 가전제품 생산 라인도 2025년께엔 일본으로 일부 되가져올 계획이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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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중국 사업을 접는 일본 기업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일본 조사업체 ‘데이코쿠 데이터뱅크'의 자료를 보면, 6월 현재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은 1만2706개로 집계됐다. 중국 진출이 정점을 찍었던 2012년(1만4394개)보다 1688개, 2년 전인 2020년(1만3646개)에 견주면 940개가 감소했다. 최근 10년 사이 가장 적은 수치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434개), 지역별로는 상하이(272개) 등 대도시에서 큰 폭으로 줄었다. 다만 중국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의료와 교육 분야 기업의 진출은 늘어나고 있다.

일본 정부도 기업들의 ‘탈중국’과 ‘일본 컴백’을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해외 생산 비중이 높은 제품과 부품에 대해 일본 내 공장을 새로 짓거나 설비를 도입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경제산업성 자료를 보면, 지난해 약 350건의 사업이 채택돼 5168억엔(약 5조990억원)의 예산이 지급됐다. 올해 상반기엔 151건이 선택됐고 2095억엔(약 2조670억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물론 일본 기업의 탈중국 결정이 꼭 ‘차이나 리스크’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의 소득 증가로 인건비가 늘고, 환경 규제가 엄해지면서 중국 진출의 경제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경제적 이유도 만만찮다. <아사히신문>은 “과거에는 (기업들이) 효율성의 관점에서 비용이 저렴한 중국 등 특정 지역에 생산을 집중해왔다. 하지만 코로나 대유행, 미-중 대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겪으며 한곳에 집중하는 것이 기업 입장에선 오히려 큰 위험 요소가 됐다. 그로 인해 다변화가 이뤄지는 중”이라고 전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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