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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르포]아파트 435층 깊이의 거대 지하 실험실…'노벨상 산실'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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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강기로 600m 내려간 후, 차량으로 내리막길 달려야 실험실 도착

공사 마친 예미랩, 암흑물질·중성미자의 비밀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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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승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위원이 9월29일 강원도 정선 예미랩에서 앞으로 지어질 액체섬광물질 실험 설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2.09.29 ⓒ 뉴스1 김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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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뉴스1) 김승준 기자 = "우주의 본질을 아는 실험을 하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어요."

강원도 정선 1000m 땅속 깊은 지하에 들어선 거대 실험실 '예미랩'에서 만난 한 과학자의 말이다. 지하 1000m는 아파트 층고 2.3m 기준 435층에 달하는 깊이다.

예미랩은 강원 정선 예미산에 위치한 한덕철광의 광산 시설에 활용해 만들어진 3000㎡ 규모의 실험실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5일 열리는 예미랩 준공식을 앞두고, 지난달 29일 미디어 공개 행사를 개최했다.

지하 1000m 실험실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다. 우선 취재진은 광산 인근의 폐교를 매입해 만들어진 지상 사무소에서 안전 교육을 받았다. 안전 교육에서는 복잡한 광산이 연결되어 있는 만큼 개인 활동을 하면 안 된다는 신신당부가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587m 운행 승강기(케이지)에는 최대 5명만 탈 수 있어서, 20명가량의 취재진은 조를 나눠 탑승했다. 초속 4m로 움직이는 케이지에 탑승해 2분넘게 지하를 향하는 중에는 급격한 기압 차이로 비행기에 탈 때처럼 귀가 먹먹해졌다. 승강기의 철문 사이로는 광산 시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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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미랩 승강기 2022.10.05 ⓒ 뉴스1 김승준 기자


승강기로 지표에서 약 600m 아래, 해발고도 마이너스 35m 지점에 도착해 내리자, 거대한 지하세계가 펼쳐졌다.

취재진은 다시 골프 카트와 같은 이동차량을 타고 내리막길을 내려가야 연구가 이뤄지는 예미랩 부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취재진은 일회성 방문이었지만, 이곳을 만든 노동자들과 앞으로 연구해나갈 과학자들의 노고가 그려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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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 예미랩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2022.10.05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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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 예미랩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2022.10.05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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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예미랩은 일부 실험 시설과 비상 대피 시설만 설치된 상태였다. 암석 낙하를 막기 위한 콘크리트가 발려있었지만, 아직 도로 포장은 완료되지 않아 먼지가 날렸다.

예미랩에서는 △중성미자 미방출 이중베타붕괴(AMoRE-II) △암흑물질탐색(COSINE-200) △대형 액체섬광물질 검출기(중성미자·암흑물질 검출) 등의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 연구들은 현재 인류의 지식의 최첨단에 있는 우주의 본질을 밝히기 위해 이뤄진다. 우주에서 지구로 다양한 입자와 광선, 전파가 쏟아진다. 그 영향으로 대기권에서 입자가 발생해 지표로 떨어지는 등의 일도 일어난다. 그래서 오히려 지표면에서는 불필요한 신호(노이즈)가 많이 발생해 일부 정밀한 실험이 어렵기도 하다. 특히 암흑물질과 중성미자와 같이 섬세한 측정이 필요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예미랩은 예미산 고지대의 지표에서 1000m 아래에 위치해, 우주에서 오는 각종 입자 등의 노이즈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재승 연구위원은 "지표면에서는 손톱만한 면적에 미립자인 뮤온이 1분에 1개가량 지나간다"며 "예미랩 환경에서는 암석이 뮤온을 막아주어 동일면적에 1분에 1억분의 1개 수준으로 뮤온이 지나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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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 기초과학연구원 예미랩을 출입하기 위한 차량이동 통로 2022.09.29 ⓒ 뉴스1 김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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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미랩에서 탐색하는 암흑물질과 중성미자는 현대 우주과학과 입자물리학이 규명하려는 주요 주제다.

우주가 현재 관측되는 모습이 되려면 아직 규명되지 않은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과학자들은 이를 암흑물질이라고 부른다. 예미랩의 COSINE 실험실에서는 지구로 날아온 암흑물질과 검출기 내의 아이오딘화나트륨(NaI) 결정이 충돌할 때 나오는 신호를 잡아낼 예정이다.

중성미자는 아직 그 질량도 확인되지 않은 작은 입자로, 물질을 구성하는 12개의 기본 입자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예미랩의 AmoRE 실험은 중성미자의 질량을 파악하기 위해 핵분열의 일종인 베타붕괴를 이용한다. 또 직경 20m, 높이 20m의 원기둥 모양의 대형 공간에 약 2500톤 규모의 액체 섬광물질을 채워 암흑물질과 중성미자를 탐구하는 대규모 실험도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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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미랩 개요도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2022.10.05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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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000m는 쉽게 접할 수 없는 환경인 만큼, 지하실험실에는 IBS뿐 아니라, 다른 기관도 호시탐탐 활용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 기상청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자체 실험에 착수했으며,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경북대학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과도 공동 활용이 논의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과학계의 협업도 추진되고 있다. 미국 중성미자 연구그룹(IsoDAR)과는 공동연구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자유낙하를 할 때 생명체의 반응을 연구하기 위해, 587m 승강기를 활용할 수 있는지 요청하기도 했다.

이재승 연구위원은 "현재 계산으로는 중성미자 실험에서 원하는 결과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100%에 가깝지만, 실험할수록 향후 실험에 참고가 될 수 있다"며 "당연히 (원하는 결과를) 찾으면 좋겠다. 발견하면 노벨상을 받겠지만, 발견할 확률이 낮아 확답은 드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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