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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공격수 본능' 못 살리는 이재명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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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尹 발언' 직격에, 與는 '형수 욕설' 소환

與 비판하면 자신의 리스크도 부각되는 딜레마

아시아경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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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격수 면모가 좀처럼 힘을 얻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부·여당에 대한 직접적 비판을 자제해 온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논란이 불거진 뒤 점차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세 수위를 높일 때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과거 논란이나 의혹을 거론하는 '되치기'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이 대표의 과거 행적이 현재의 이 대표를 가로막고 있는 꼴이다.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논란에 대한 여파가 계속되는 상황은 야당 입장에선 반사이익을 얻어 정국 주도권을 잡을 기회이기도 하다. 이에 민주당은 4일부터 시작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순방에서 문제 됐던 부분을 부각하며 집중 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때 민주당에 따라오는 것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다. 윤 대통령의 '뉴욕 발언' 논란과 관련해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을 저격하면,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형수 욕설' 논란을 언급하며 반격하는 식이다.

이 대표가 지난달 3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들어도 '바이든'이 맞지 않나, 욕하지 않았나, 적절하지 않은 말을 하지 않았나. 국민도 귀가 있고 판단할 지성이 있다"고 윤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비판하자,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 대표께 똑같이 돌려드린다. 지금 들어도 형수에게 쌍욕 한 거 맞지 않나, 쌍욕 하지 않았나, 매우 적절하지 않은 말을 하지 않았나"라고 맞불을 놨다.

국감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되풀이됐다. 4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감에서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을 민주당이 집중적으로 문제 삼자, 국민의힘은 이 대표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논문 표절 시비가 있었다며 "내로남불"이라고 맞섰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기준과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며 "그분들도 다 당에서 퇴출하자고 주장해야 내로남불이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최근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요청한 것을 두고 '노골적인 정치 보복'이라고 반발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반격으로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과거 발언을 소환하기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SBS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가 '유신 공포정치가 연상된다' 이런 얘기까지 하던데, '적폐와 불의를 청산하는 게 정치보복이라면 그런 정치보복은 맨날 해도 된다'는 게 이 대표 본인의 직접적인 발언"이라며 이 대표의 과거 발언과 현재 발언이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여당을 향한 공세를 강화할수록 이 대표 자신의 리스크도 부각되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다만 논란이나 의혹의 수습책으로 상대의 리스크를 거론하는 건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정쟁만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여야를 막론하고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상대 정당의 실책을 부각하는 전략은 유효기간이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계속 문재인 정부를 언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데, 결국 윤석열 정부에서 발생한 공과는 윤 대통령 책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고 지지율 상승에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조금 앞서고 있는데 아직은 반사이익 측면이 강하다"며 "민주당이 이 대표의 딜레마를 극복하려면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반복하지 않고, 유능한 정당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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