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박수홍 수입 아버지가 횡령하면 처벌 못하나...친족상도례 뭐길래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가족 형벌 면제하는 친족상도례 한국은 관대
여론 85%는 "친족상도례 폐지해야"
박수홍 사건후 국회 친족상도례 제안 개정안 발의
한국일보

지난해 4월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박수홍이 반려묘 다홍이 얘기를 꺼내며 다홍이에게 받아보지 못한 위안을 받았다며 친형 박씨의 횡령을 안 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수면 장애를 겪을 때 곁을 지켜준 다홍이에게 감동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MBC 방송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방송인 박수홍이 검찰 대질 조사 도중 부친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에 후송된 가운데, 부친은 큰아들이 아닌 자신이 횡령을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홍은 친형 박진홍씨가 1991년부터 30년간 수익금 배분 계약(7대3)을 지키지 않고 회삿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며 지난해 4월 서울서부지검에 고소장을 냈고, 박진홍씨는 횡령 등 혐의로 지난달 13일 구속됐다.

5일 박수홍 측 관계자와 법조계에 따르면, 박수홍은 전날 오전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부장 김창수)에서 횡령 혐의로 구속 수감된 친형 박진홍씨와 부친 박모씨, 형수 이모씨와 대질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

검찰 조사실에서 박수홍을 만난 부친 박씨는 박수홍의 정강이를 걷어차면서 "아버지를 보고 인사도 하지 않느냐", "흉기로 배를 찔러버리겠다" 등 폭언을 했다. 박수홍은 "평생 가족을 먹여살렸는데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느냐"고 울분을 토하다가 실신해 병원에 이송됐다.

박수홍 측에 따르면 부친 박씨는 장남 박진홍씨 대신 모든 죄를 뒤집어쓰려고 하는 상황이다. 모든 횡령과 자산관리는 본인이 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친족상도례를 악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하다.

친족상도례란 4촌 이내 인척, 배우자 간 일어난 절도·사기·배임·횡령·공갈죄 등 재산 범죄 형을 면제하는 특례조항이다. 형은 비동거 친족으로서 범죄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 고소하면 처벌 가능하지만 부친이 횡령한 경우 친족상도례 대상으로 형이 면제된다.

독일‧스위스는 친고죄 미국‧영국은 없어

한국일보

국회입법조사처 '형법상 친족상도례조항의 개정 검토' 보고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정 형법에 친족상도례가 명시된 후 친족상도례 제도는 계속해서 적용 범위를 넓혀왔다. 1990년 민법 개정으로 친족상도례 적용 대상인 친족 범위가 모계 및 여계 혈족과 인척으로까지 넓혀졌고, 2016년 신설된 특수공갈죄에도 친족상도례가 적용됐다.

친족상도례를 적용하는 국가가 적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이 제도를 대단히 폭넓게 수용해 일반 인식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광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해 펴낸 '형법상 친족상도례 조항의 개정 검토' 보고서에서 "한국의 친족상도례 조항은 유사 규정을 둔 외국 국가들에 비해 가해자에게 유리한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영국은 친족상도례 제도가 없고, 이 제도를 근대 형법에 처음 도입한 프랑스 역시 적용 범위를 존속, 비속, 배우자만 명시하고 있다. 배우자의 경우도 별거 중이거나 별거를 허락받은 경우 친족상도례를 적용하지 않는다.

독일과 스위스, 오스트리아는 친족상도례를 모두 친고죄로 일원화해 피해자 의사에 따라 형사소추 여부가 달라질 수 있게 했다. 일본도 적용 범위가 한국보다 좁다.

국회조사처 "친족상도례 악용사례 많아...개정 검토 적기"

한국일보

박수홍이 출연하는 MBN '동치미' 방송의 한 장면. 방송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친족상도례 제도가 처음 마련됐을 당시에 비해 오늘날 가족 개념이 달라졌고, 각종 부작용이 지적되는 만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국회조사처의 보고서에서도 "지적장애가 있는 장애인, 치매 환자의 가족‧친족이 친족상도례를 악용해 재산범죄를 저지르면 처벌이 사실상 어렵고 가해자가 먼 친족인 경우 가족이니 용서해달라거나 거짓으로 변제를 약속해 친고죄 고소기간이 도과돼 처벌이 불가능하게 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4월 중앙일보가 온라인으로 친족상도례 폐지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5%(2만7,702명)가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폐지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11%(3,552명)에 그쳤다.

'박수홍 사건' 이후 친족상도례 제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면서 국회도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친족상도례 폐지를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을 발의, 국회 논의 중이다.

"박수홍 아버지 횡령 주장...효력은 미미할 것"

한국일보

YTN 뉴스라이더 방송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편 박수홍 아버지 박씨의 범행 주장에도 실제 검찰 수사에 미치는 효력은 미미할 것이라는 법조계 전망도 있다.

구자룡 변호사는 5일 YTN뉴스라이더 인터뷰에서 "친족상도례에 대한 얘기가 이슈가 되니 본인(박수홍 아버지)이 안으면 형 면제가 돼서 처벌 안 받을 수 있겠구나 생각을 했을 수 있다"면서도 "안타깝고 얕은 생각"이라고 적용 가능성을 일축했다. 현재 형 진홍씨가 구속된 건 법인 횡령 건으로 "법인은 인적관계가 적용되는 사람과 다르다.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구 변호사는 "박수홍씨 개인 재산 80억 원에 대한 횡령에 수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그 부분에 대해 친족상도례가 적용될 수는 있다"면서도 적용 가능성은 낮게 봤다. 형이 30년에 걸쳐 박수홍 매니저로 활동하며 법인을 설립해 운영한 상황에서 아버지 박씨가 박수홍 개인 재산 횡령을 주장하려면 "아버지가 먼저 매니저를 한 후 형한테 넘겨줬다든가, 형이 하던 걸 완전히 단절시키고 아버지가 매니저를 다 담당했다는 사실관계가 확인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구 변호사는 "(개인 재산 횡령 고소건에) 형을 배제시킬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떄문에 (아버지 박씨의 횡령 주장은) 의미가 없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평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