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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이게 뭡니까”…‘나비넥타이’ 김동길 명예교수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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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 민주화운동

정치평론하며 유행어 유명세

1990년대 정계입문…14대 의원

20대 대선서 안철수 후원회장

향년 94세…시신 연세대 의대 기증

헤럴드경제

김동길 연세대 사학과 명예교수가 지난 4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올해 1월 김 교수에게 안철수 국민의당 당시 대선후보가 새해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


나비넥타이와 콧수염이 트레이드마크였던 김동길 연세대 사학과 명예교수가 지난 4일 별세했다. 향년 94세.

5일 유족 등에 따르면 김 교수는 지난 4일 오후 10시30분께 숙환으로 입원 중이던 서울 신촌동 세브란스병원에서 호흡기 질환으로 숨을 거뒀다. 그는 올해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됐다가 회복했지만 3월부터 건강이 급격히 악화해 입원 뒤에도 상태가 호전되지 못했다.

1928년 평남 맹산에서 태어난 김 교수는 1946년 김일성 정권이 들어서자 월남해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미국 에번스빌대학과 보스턴대학에서 각각 사학과 철학을 공부해 문사철(文史哲)을 두루 섭렵했고 100권 내외의 저서를 남겼다.

김 교수는 연세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사회운동·현실정치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군부독재 시절 사회·정치 비판적인 글을 쓰다가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기소돼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1980년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에도 연루되며 대학에서 두 차례나 해직됐다.

이후 민주화운동과 거리를 둬왔던 김 교수는 1991년 강의 도중 강경대 치사 사건을 비하하는 언급을 했다가 학생들 반발에 강단을 떠났다.

김 교수는 정치인 생활을 하기도 했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창당한 통일국민당에 합류, 1992년 14대 총선(서울 강남갑)에 출마해 당선되며 정치인이 된 것이다. 그러나 1992년 14대 대선에서 패배한 정 회장이 정계에서 은퇴하자 1994년 신민당을 창당한 뒤 1995년에는 고(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세운 자유민주연합에 합류했다. 그러나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탈당하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김 교수는 1980년대 정치평론을 하기도 했다. 당시 개그맨 최병서 씨가 그를 흉내 내 “이게 뭡니까”라는 유행어를 만들었고, 특유의 나비넥타이와 함께 대중에게 각인됐다. 말년에는 보수 진영 원로이자 보수논객으로 활동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생전에 “자살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 교수는 2019년 유튜브 채널 ‘김동길TV’를 개설하며 구순을 넘긴 나이에 유튜버로 나서기도 했다. ‘김동길TV’를 지난해까지 운영했던 그는 올 초 20대 대선에 출마했던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대선을 코앞에 뒀던 3월 1일에는 “포기할 줄 아는 아량을 가진 사람만이 다음 시대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며 안 후보에게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결단을 촉구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했다.

평생 독신으로 지낸 김 교수는 생전 서약과 유언에 따라 시신을 연세대 의과대학에 기증했다. 서울 서대문구 자택은 누나인 고(故) 김옥길 전 문교부 장관이 총장을 지낸 이화여대에 기부한다.

장례는 자택에서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유족으로는 누이인 옥영·수옥 씨가 있다. 발인은 오는 7일이다. 신상윤·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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