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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美기술 들어간 모든 첨단반도체 中수출 NO” 바이든, 초강력 제재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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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9일 미국 오하이오주 뉴알바니에 있는 인텔의 새로운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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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관련 초강력 대중(對中) 수출 통제 조치를 이르면 이번 주 내놓는다. 인공지능(AI), 수퍼컴퓨터 등에 활용되는 첨단반도체에 집중하긴 했지만, 사실상 지난 2020년 중국 IT 기업 화웨이에 가한 반도체 수출 제재를 중국 반도체 산업 전반으로 확대하는 조치란 평가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미 상무부가 미국 업체들이 중국 기업·단체에 반도체 관련 첨단 기술을 판매할 수 없게 할 뿐만 아니라, 미국 이외 업체들도 미국 기술이 포함된 제품을 중국에 판매하는 걸 엄격히 제한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이번 수출 통제 조치는 중국이 AI와 수퍼컴퓨터 등 첨단기술 개발을 위해 필요한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하게 하려는 조치다. 미 상무부가 수출 통제를 하는 데 사용해 온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이 활용된다.



“화웨이 제재를 中반도체 산업 전체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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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미국의 제재로 중국 화웨이는 결정적 타격을 입었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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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도 “바이든 행정부가 FDPR을 동원해 다수의 중국 기업과 연구소들에 ‘화웨이식 제재’가 이뤄질 것”이라며 “미국산 기술을 사용한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판매가 금지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화웨이식 제재란 지난 2020년 미 상무부가 FDPR을 적용해 화웨이에 취한 제재 조치다. 당시 미 상무부는 화웨이가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계됐다는 이유로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했다. 전 세계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면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화웨이에 수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사실상의 대(對) 화웨이 수출 금지 조치였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한때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1위 기업을 노리던 화웨이는 이 제재로 매출이 급감해 치명상을 입었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으로부터 최신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전 세계 반도체 대중 수출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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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와 과학법' 법안 입법 관련 설명회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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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무부가 준비하는 이번 제재는 화웨이에 적용한 수출 제한 조치를 중국 반도체 산업 전반으로 적용하는 걸 뜻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조치는 화웨이에 적용됐던 수출 통제보다 더 폭이 넓은 것”이라며 “FDPR을 적용하면 세계 어디에 있든 미국 기술을 이용하는 기업이라면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특정 최첨단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기술과 장비를 이용하지 않고 최첨단 반도체를 개발·생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재 범위에 따라서는 전 세계 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통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NYT도 “만약 시행되면 이 조치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을 막기 위한 가장 강력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와 함께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와 양쯔메모리(YMTC) 등 중국 기업에 1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 생산용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도 하고, 중국 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미국산 첨단 반도체 공급을 차단하는 등의 별도 제재를 검토하고, 이를 법안이나 행정명령 등으로 명문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이번 조치로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 인터넷 기업과 연구소들이 데이터센터와 수퍼컴퓨터 구축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분석했다. 생명과학이나 미사일 개발 등에서도 중국의 기술 혁신이 더뎌질 가능성도 있다.



“인민해방군에 美기술 가는 것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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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6월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반환 20주년을 앞두고 홍콩을 방문해 인민해방군 홍콩 주둔군 부대를 사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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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의 대중 전방위 제재 명분은 국가 안보다. FT는 “이번 수출 통제는 중국의 첨단기술을 견제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중국의 ‘민군융합’ 전략을 통해 미국 기술이 중국 인민해방군에 넘어가는 걸 막으려는 의도가 있다”며 “중국이 미국 기술로 양자 컴퓨터부터 극초음속 무기 개발 등 군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걸 방지하려는 노력”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중국 기업이 수입해 온 미국의 첨단 반도체가 인민해방군의 군사 기술에 적용돼 왔다고 파악하고 있다.



“韓반도체 산업 성장력 꺾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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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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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치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FDPR이 적용되면 한국이나 유럽 기업이 만든 첨단 반도체 제품의 중국 수출길까지 막힐 수 있다. 미 정부가 발표하는 실제 제재 내용이 수퍼컴퓨터나 AI 등에 한정된 ‘핀셋형 제재’일 경우엔 당장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의 매출에 큰 영향은 없을 수 있지만, 데이터센터가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 국내 업체도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첨단 반도체도 중장기적으로는 미래 먹거리로 한국 기업들이 키워야 할 시장이란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막는 규제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의 전방위 대중 제재에 대해 미국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 마이크론의 산제이 메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FT에 “중국의 시장규모는 나머지 시장에 맞먹을 정도로 전체 반도체 산업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존 뉴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장은 “미국 기업의 매출에서 중국 비중이 약 35%이고 그 매출로 대규모 연구개발(R&D)이 가능하다”며 “중국 시장 접근이 위축되면 R&D 투자자금도 줄어들고 기술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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