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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감세안 유턴' 英 트러스, 신뢰 상실…취임 한 달 만에 '레임덕'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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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당 내부서도 혹평…노동당에 지지율 33%p 뒤져

뉴스1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열린 77차 유엔 총회서 연설을 하기위해 무대를 오르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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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 한 달 만에 레임덕 국면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반세기만의 최대 감세안을 내놨지만, 금융위기 우려가 커지고 보수당 지지율 급락까지 겹치자 정책 발표 열흘 만에 이를 전격 철회하면서다.

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러스 총리는 '고소득자의 소득세율 45% 감세'로 대표되는 자신의 감세 정책을 철회하며 갖은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고소득자 세율 인하안, 발표 열흘 만에 철회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최고 소득세율 폐지는 강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 재무부는 지난 22일 50년 만에 최대 규모인 450억 파운드(약 73조840억원)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소득세 기본세율은 내년 4월부터 파운드당 1%포인트 인하해 19%가 적용되고, 연 소득이 15만 파운드(약 2억4300만원) 이상인 고소득자에게 부과되는 45%의 소득세는 40%로 내려갈 방침이었다.

그러나 10%에 육박한 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 돈을 풀어야 할 시기에 세입 감소안을 발표하면서도, 재정 충당 방안 등을 제시하지 않아 혼란을 일으켰다.

이에 마이클 고브 전 주택부 장관은 "소득세율 45% 폐지안은 '잘못된 가치'를 나타낸다"며 "감세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정부 차입을 늘리는 것은 보수당답지 않다"고 혹평했다.

감세안 발표 후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1.0327달러까지 급락하고 보수당 지지율은 노동당에 33%포인트(p) 뒤처지며 국내외로 위기를 맞았다. 트러스 내각의 '유턴' 결정에도 이러한 질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보수당 내부서도 비판 목소리 이어져

감세안 발표만큼이나 철회의 여파도 만만치 않다. 곳곳에서 레임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윌리엄 헤이그 전 보수당 대표는 "총리직의 끔찍한 시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당 강경파인 데이비드 프로스트 하원 의원은 LBC 라디오에서 "이런 정책 유턴이 내각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을 만들까봐 걱정된다"며 "우리가 무엇을 시도하고자 할 때마다 이에 반대하는 연합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트러스를 지지하는 다른 보수당 의원도 "앞으로 그가 어떻게 개혁이나 그밖에 다른 것을 추진할 수 있겠느냐"며 "트러스 총리는 과격해지고 싶었지만, 첫 번째 장애물에서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트러스 총리가 올해 말이나 다음 총선 전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블룸버그는 보수당 내에서 '신임 총리는 1년 안에 불신임 투표하지 않는다'는 당규까지 변경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다우닝가 내부 관계자도 "일부 관리가 트러스 총리에게 사임할 것을 조언했지만, 그는 보좌관들에게 '절대 사임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FT에 전했다.

다만 트러스 내각 각료는 블룸버그에 "반항적인 의회에 밀려난 레임덕 총리(보리스 존슨 전 총리를 일컬음)처럼 트러스 총리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리 취임 과정부터 위기…신뢰 회복 가능할까

이번 위기는 트러스 총리가 집권하게 된 상황 자체에서 비롯한다고 WSJ은 진단했다. 전임장니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사임한 후 트러스 총리는 보수당 내 경선과 보수당원의 우편 투표를 거쳐 총리직에 올랐다.

그러나 보수당 의원의 약 3분의 2는 트러스 총리와 마지막까지 겨뤘던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에게 표를 던졌다. 당원투표에서도 간발의 차이로 승리했다.

게다가 트러스 총리는 자신에게 적대적인 보수당 의원들에게 손을 내밀기보다는 충성파 위주로 내각을 구성했다. 정책 발표 전 타협안을 제시할 만한 참모가 없었던데다 정책 철회 후에는 반대파의 공격 대상이 되기 쉬운 상황인 것.

또한 감세안의 전면 철회보다 다른 방안을 강구할 정치적 유연성과 신속함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지배적이다.

다우닝가에 자문을 제공했던 여론조사 기간 제이엘 파트너스(J.L. Partners)의 공동 설립자인 제임스 존슨은 "정부가 경제 정책을 다룰 능력을 잃는 순간을 목도했으며, 이는 엄청난 순간"이라며 "트러스 총리가 보수당을 보호하고 유권자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곧 플랜 B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론조사는 노동당이 보수당을 압도하고 있음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YouGov(유고브)가 지난달 28~29일 유권자 1712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노동당의 지지율은 54%, 보수당은 21%로 노동당이 33%p 앞섰다.

이처럼 지지율 격차가 벌어진 건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가 총리였던 1990년대 후반 이후 볼 수 없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유고브는 지난달 20~21일에도 유권자 1014명을 상대로 같은 설문을 진행했는데, 당시에는 노동당 45%, 보수당 28%의 지지율을 보였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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