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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한국 자폐인 ‘수명’ 23.8살…27살 우영우는 우연히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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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0대인 해외 자폐인 수명보다도 낮아

사망원인은 자살, 심장질환, 암 등으로 다양

10년째 낮은 수명에도 관련 연구·정책 없어


한겨레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엔에이(EN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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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가 실존 인물이었다면 살아 있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극 중 우영우의 나이는 27살이지만 국내 자폐성 장애인의 평균 수명은 23.8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내 자폐성 장애인의 평균 수명은 유독 짧다. 국내 전체 장애인 평균(76.7살)은 물론 스웨덴·미국 등 주요국의 자폐성 장애인 평균 수명(36~58살)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다. 상황이 이런데, 장애인 정책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관련 연구조차 진행한 적이 없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재활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0년 국내 자폐성 장애인의 사망 평균 연령은 23.8살이다. 전체 장애인 평균 연령인 76.7살, 같은 발달장애인인 지적장애인 평균(56.3살)보다 한참 낮다. 최근 5년 동안 평균 사망 연령은 19.0살(2016년), 24.2살(2017년), 25.1살(2018년), 19.7살(2019년), 23.8살(2020년)로 모두 20대를 넘기지 못했다. 이 기간 자폐인들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 심장질환, 암, 낙상 등으로 다양했다.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자폐인들의 짧은 평균 수명을 개선할 국가 차원의 연구와 정책은 전무했다. 국립재활원은 자폐성 장애인의 조기 사망과 관련된 대책 회의나 진행된 연구, 발주한 연구 용역, 대응 방안 등을 묻는 강 의원의 질의에 ‘해당 없음’이라고 답했다. 다만 자폐인들의 조기사망 원인 파악을 위해 지난 8월에서야 내부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자폐인 가족들은 낮은 의료 접근성을 원인으로 본다. 2019년 전체 장애인의 건강검진 수검률은 64.6%지만, 자폐인의 수검률은 42.9%로 모든 장애 유형 중 가장 낮았다. 암 검진 수검률도 2019년 6.7%에 불과해, 30∼50%대를 기록한 다른 장애유형과 큰 차이가 났다. 25살 자폐인 아들을 둔 강지향(50)씨는 “자폐인의 경우 병원 자체를 두려워하는 경우도 많고, 일반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려고 해도 낯설어하며 눈치를 주는 경험이 많다 보니 점점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게 된다”며 “꼭 필요한 의료 행위를 받으러 가는 것도 힘든데 예방 차원에서 검진을 받는다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수정 서울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서울 내 대형병원을 제외하고는 자폐인의 의사소통을 지원할 수 있는 병원이 없다”며 “지역사회에 자폐인도 쉽게 갈 수 있는 병원들이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건강검진 시설도 열악하다. 장애인건강법상 장애인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애친화 건강검진 기관’을 지정하게 돼 있다. 하지만 지난 9월 전국에서 장애친화 기관으로 지정된 의료기관 19곳 중 실제 서비스를 개시한 곳은 9곳에 불과했다.

강훈식 의원은 “당장 실행 가능한 발달장애인 건강 증진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특히 암과 같은 중증 질환 조기 검진을 위해 장애친화 건강검진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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