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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시로 여는 수요일]지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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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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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장근

병이 나를 앓는다

정기적으로 병원에 들러

내 존재를 확인한다

더 커지지 않았는지

내가 모르는 나에게

전이되지는 않았는지

시간 맞춰 약을 먹으며

나를 관리한다

세상의 모든 나는

완치될 수 없는 질환이어서

죽어야 끝나지만

나를 죽이지 않고

오래 앓아주는 병

정 많은 병을 만나

나는 오늘도 살아있다

정 많은 병이라니 그런 병도 있을까마는 병을 친구 대하듯 하시는군요. 병과 싸우지 않고 병을 모시는군요. 병이 나를 앓는다니 내가 아니라 병이 주인인 듯도 하군요. 상대를 인정하고 자리를 내어주니 억울할 것도 한스러울 것도 없군요. 나을 수 없는 병과 겨루지 않고 공생하는 법을 터득하셨군요. 뉘라도 온전히 건강한 생명이 있을까요. 우리 몸을 구성하는 60조 개의 세포들도 매순간 생멸을 거듭하고 있는걸요. 내 몸에 오래 계시는 병에게 이름 하나 지어 주어야겠어요. 무어라고 응대하는지 다정하게 불러보아야겠어요.

- 시인 반칠환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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