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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에너지 비상시국, 2200억원 규모 LNG 해외로 새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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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쟁 등 여파···수급 우려에도

민간발전사, 1년반 동안 최대치 수출

정부, 원인조차 파악 못하고 '나 몰라라'

국가 전략자원인 국내 액화천연가스(LNG)가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약 2200억원어치 해외로 새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겨울철 LNG 수급 위기가 우려되는데도 불구하고, 관리소홀로 국가 전략자원이 유출된 것이다. 업계는 LNG를 직수입하는 민간 발전사들의 행태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원인파악은 고사하고, 해외로 나간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4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한국의 LNG 수출 규모는 1억5376만 달러다. 중량으로는 12만6702t(톤)에 달한다.

천연가스를 100% 수입하는 한국에서 이 같은 수치가 발생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LNG는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에 따라 국가 허가를 받아 발전용, 산업용, 열병합용, 열 전용 설비용으로만 사용 가능하다. 수입량은 물론 비축량 역시 같은 법에 따라 정부의 관리하에 있어야 한다. 천연가스수출입업을 등록하지 않은 자가 이를 해외로 파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발전을 하고 남은 LNG 역시 대통령령과 산업부 장관의 고시에 따라 비축량이 제한된다.

이 같은 엄격한 규제로 인해 실제 한국의 LNG 수출량은 2016년까지 제로 수준이었다. 가끔 LNG선 시운전의 연료로 사용된 것이 수출로 잡힌 전부다. 하지만 민간 발전사들이 LNG를 본격적으로 직수입한 2017년부터 LNG 수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2017년에는 139만 달러 규모의 LNG를 수출했으며 △2018년 293만 달러 △2019년 6만 달러 △2020년 791만 달러로, 2019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증가했다.

LNG가격이 급등했던 지난해에는 1억4379만 달러라는 막대한 규모의 LNG가 해외로 나갔다. 올해만 보면 8월까지 1000만 달러가 수출됐으며 이 중 절반이 8월 한 달에 집중됐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LNG 수입량은 크게 늘었음에도 LNG 발전소의 발전 비중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어 민간 발전사의 LNG 해외 유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해 LNG 수입량은 4억5231만t으로 전년 대비 14.88% 증가했다. 올해도 이미 8월까지 2억9884t을 수입한 상태다.

하지만 LNG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복합화력발전소의 전체 발전량 비중은 올해 기준 13%로 2019년 12.5%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LNG를 원료로 하는 발전소 가동률도 2020년 39.4%에서 지난해 44.9%로 5.5%포인트(p)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일부 중소 발전사들은 정비를 핑계로 발전소 가동을 완전 중단한 경우도 있다"며 "LNG로 전기를 만드는 것보다 그대로 파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국내에 잡힌 물량이 2200억원 수준이라면 해외에서 관세청을 거치지 않고 바로 판매된 물량은 더욱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상 유례없는 LNG 유출이 발생하는 동안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LNG 수급 위기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여러 차례 긴급한 ‘수급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정부는 부족한 LNG 물량을 액화석유가스(LPG)로 대체하고, 국민들의 천연가스 수요를 감소시키는 ‘소비절감 프로그램’까지 검토 중이다.

문제는 이 와중에도 정부는 LNG의 해외유출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LNG 수출 규모의 원인을 묻는 말에 “그럴 리가 없다”며 “민간 발전사들이 LNG 가격이 치솟자 발전소 가동보다는 차익실현을 위해 LNG를 판매한 얘기는 들은 적 있다. 하지만 관련한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아주경제

LNG 운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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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김성현·장문기 기자 minus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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