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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9월 가계대출 1.3조 감소…가산금리 낮춰도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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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머니투데이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이 또 감소했다. 금리가 크게 오른 상황이라 신규 대출은 줄고, 차주(대출 받은 소비자)의 원리금 상환 움직임이 가속화했다. 금리가 최소 연말까지 더 오를 전망이기 때문에 은행 가계대출은 더 줄고, 차주의 근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9월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과 비교해 1조3680억원 감소한 695조829억원으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전세자금대출은 각각 전월 대비 1조754억원, 2896억원 증가했지만 신용대출이 전월 대비 2조519억원 감소했다.

금리가 오를 대로 올라 신규 대출이 적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기준 5대 은행의 금리 상단은 대출 유형에 관계없이 7% 안팎이다. 주담대 고정금리는 5.04~7.06%이고 변동금리는 4.5~6.775%다.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금리 역시 상단이 각각 6.527%, 6.62%로 7%에 가깝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와 전세대출이 늘긴 했지만, 가을 이사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증가폭이 미미하다"고 말했다.

높아진 금리를 감당하기 어려워 대출을 상환하는 고객도 자연스레 늘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특히 신용대출 부문에서 마이너스통장에 현금을 채우거나 안 쓰는 방식으로 상환이 진행되고 있다"며 "대출을 받은 지 3년이 넘은 고객들도 중도상환수수료가 없기 때문에 상환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가계대출 감소세는 올해 내내 지속될 전망이다. 대출금리가 연말까지 오를 수밖에 없어서다. 미국이 최근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한국은행도 이달과 11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게 됐다. 업계는 미국과의 금리차를 고려하면 최소 0.5%포인트 이상 인상이 유력하다고 본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가 오른다.

시장금리는 이미 상승 흐름 속에 있다. 주담대 고정금리(혼합형)의 준거금리인 금융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지난달 27일 5.129%였다. 금융채 5년물이 5%를 넘은 건 2010년7월 이후 12년여 만이다. 지난달 30일 기준 다시 4%대로 회귀했지만 글로벌 긴축 기조와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등 영향으로 상승 압력은 여전히 강하다.

주담대 변동금리와 전세대출의 준거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취급한 예·적금 등 수신금리가 반영하는데,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수신금리를 빠르게 올려서다. 게다가 일부 은행은 매월 시장금리 변동을 반영해 수신금리를 조정한다. 8월 코픽스는 2.96%로, 2013년1월 이후 9년7개월 만의 최고치였다.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지표금리 상승세가 강력해 효과가 적다. 은행들은 대출 영업 등 차원에서 금리를 인하해 왔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 8월 분할상환식 주담대 가산금리는 평균 2.306%로, 7월 대비 0.27%포인트 줄었다. 우대금리로 보면 되는 가감조정금리는 평균 0.06%포인트 늘었다. 하지만 평균 지표금리가 0.384%포인트 올라 대출금리는 결과적으로 평균 0.054%포인트 상승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저금리 기조 속에서 은행 대출 자산이 크게 늘었고, 금리가 빠르게 올라서 수익 등 측면에서 비상 상황은 아니다"라며 "다만 올해 은행들 각자의 대출 목표치는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실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어서 우선은 취약차주 중심으로 금리 인하 등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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