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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서해사건 감사, 적법절차 안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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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최고기구 의결 없이 착수

의원들 “중대한 절차 하자” 지적

최재해 원장 뒤늦게 대책TF 구성


한겨레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서면조사 통보를 두고 여야 대치가 고조되는 가운데 4일 낮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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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착수가 감사원법을 어긴 만큼 향후 관련자들이 징계나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감사원 최고의결기구에서 공식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법은 감사위원회의에서 주요 감사계획을 사전에 의결하도록 하고 있는데, 서해 사건 감사는 이런 절차를 무시한 상태에서 자료제출과 출석·답변 요구 등 각종 조사권한을 행사해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감사원은 지난 달 최재해 감사원장 지시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티에프팀을 뒤늦게 구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감사원 자체적으로 위법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감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착수·진행·결과 전 과정에 거친 적법성 시비는 물론, 왜 이런 감사가 석달 넘게 진행될 수 있었는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은 지난달 8일 사무처 직원들로 구성된 티에프팀을 꾸렸다. 티에프팀 구성 사실은 감사원 내부망인 오아시스에 공지됐다. 티에프팀은 감사위원들이 제기한 위법한 감사의 효력 문제 등을 따져보기 위해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위법 감사 지적은 지난 8월23일 ‘2022년 하반기 감사운영계획’ 의결을 며칠 앞두고 나왔다고 한다. 감사위원회의 개최 전에는 감사위원들과 사무처가 심사에 부칠 안건 등을 사전 논의하는 간담회를 여는데, 일부 감사위원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 국민권익위원회 감사, 비영리민간단체 국고보조금 감사가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감사원법은 ‘감사원은 감사원장을 포함한 7명의 감사위원으로 구성한다’고 돼 있다. 감사정책과 주요 감사계획은 감사위원회의에서 재적 감사위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한다. 감사원 업무에 밝은 인사는 “감사원법은 모든 주요 안건을 합의제기구인 감사위원회의를 통해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결정한 감사정책이나 감사계획을 감사원장이 사무처를 통해 집행하는 형식”이라고 말했다.

결국 감사위원들은 하반기 감사운영계획 의결 때도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점을 들어 ‘서해 사건 등은 안건이 될 수 없으며, 그렇다고 이를 ‘추인’하는 것도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감사원이 뒤늦게 의결 절차를 밟으려 했으나 거부한 셈이다. 감사원 안팎에서는 “감사위원이라면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는 감사”라는 말이 나온다. 감사원 실세라는 유병호 사무총장 휘하의 특별조사국이 최고의결기구 심의를 건너뛰고 감사에 착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감사위원 사이에서 ‘절차를 무시한 위법’ 의견이 나오고, 감사원장 역시 뒤늦게 티에프팀을 구성해 대응에 나선 것은 자칫 이를 방기할 경우 나중에 법적 책임이 돌아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출신 변호사는 “서해 사건 감사 등이 감사위원회의를 거치지 않고 착수·진행됐다면 그 자체로 감사원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또 이러한 위법한 감사를 지시하고 피감기관 등에 각종 자료제출과 관련자에 대한 출석과 답변을 요구했다면 정당한 권한 없이 한 것이기 때문에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제출 등을 거부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 홍보담당관은 <한겨레>에 “감사원은 연초에 ‘연간 감사계획’을 의결한다. 이후 무수히 많은 상시 공직감찰 사항이 발생하는데 일일이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받아 감사에 착수한다는 건 현실에 맞지 않는 얘기”라고 했다. 티에프팀 성격에 대해서는 “(절차 논란 등은) 문제가 되는 사안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그런 문제 때문에 만든 티에프가 아니라고 들었다. 어떤 일을 할 것인지는 해당 티에프에서 정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이에 감사원 내부에서는 “서해 사건 등은 성격상 상시 공직감찰에 포함시킬 수 없는 사안이다. 감사원 업무 자체가 공무원에 대한 상시 직무감찰인데, 그런 식이면 모든 주요 감사를 별도 의결 없이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고 말이 나온다. 또 ‘연간 감사계획’에는 서해 사건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며, 감사위원들이 의결권한을 위임한 적도 없다고 한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감사원 주장대로 서해 감사가 의결 없이 상시 감찰 사안에 포함될 수 있는지 등 직권남용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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