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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건의 재구성] "내가 치료해줄게"…의식 치르다 친구 모친 살해한 50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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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목적으로 친구 집 방문…'죽는 게 낫다' 하나님 소리 들린다며 살해

뉴스1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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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죽는 게 낫다는 하나님의 소리가 들립니다."

2019년 6월14일 A씨(50대·여)는 평소 다니던 목욕탕에서 친구 B씨의 고충을 듣게 됐다.

B씨의 모친 C씨(80대)는 고관절 장애로 거동이 불편해 자식들의 간병을 받고 있는 환자였다. 이 사실을 들은 A씨는 C씨를 치료해줘야겠다고 다짐하고 그날 부산에 있는 B씨의 집을 찾았다.

친구의 집에 도착한 A씨는 B씨와 B씨의 언니와 함께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눴다. 그로부터 40분 뒤 A씨는 갑자기 C씨를 보고 싶다며 홀로 C씨가 누워있는 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까지만 해도 C씨의 자녀들은 A씨가 어떤 만행을 벌일지 상상조차 못했다.

방에 들어간 A씨는 갑자기 C씨를 치료할 목적으로 화장실로 데려가 안수기도(상대방의 머리에 손을 대고 비는 기도)를 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 A씨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A씨는 갑자기 'C씨가 죽는 게 낫다'는 하나님의 소리가 들린다는 이유로 물이 담긴 욕조에 C씨를 눕힌 뒤 질식으로 숨지게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30여년 전 병원에서 처음으로 조증을 진단받고, 이후 조현병 증세로 수년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왔다.

지난 2008년에는 손에서 나오는 열기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고도 믿고 축농증이 심했던 모친을 치료했다며 기적을 일으켰다고 믿어 왔다.

검찰은 A씨가 출소 이후에도 재범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내려달라고 청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상당 기간 감호시설에서 전문 치료를 받으면 재범 위험성이 낮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검찰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특별한 이유 없이 거동이 어려운 노인의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죄질이 불량하고, 피고인은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며 "조현병에 따른 망상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고와 행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것에 불복해 양형부당으로 항소했다. 검찰도 "치료받더라도 증상이 쉽게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워 전자장치 부착이 필요하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현재까지도 환각, 과대망상 등 증상을 보여 정상적인 사고와 행동이 어려운 상태"라면서도 "검찰 증거만으로는 초범인 피고인이 나중에 살인할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다만 정신질환 환자의 범죄 비중은 크게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총범죄자 가운데 정신장애범죄자는 0.6%이고, 강력범죄 비율은 전체의 2.2%에 불과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관계자는 "조현병은 첫 발병 이후 조기에 치료하면 회복할 수 있다"며 "재발이 잦아질 경우 정상 회복이 어려워질 위험이 있으니 가능한 초기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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