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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뜨는 아르헨티나 문학... "문학은 스스로 공포와 마주하는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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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작가축제로 방한한 사만타 슈웨블린
세계 문단 주목받는 아르헨티나 문학 대표 작가
대표작 '피버 드림' '리틀 아이즈' 부커상 후보로도
"'문학 실험', 우리 삶의 중요한 결정 바꿀 수도"
한국일보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한 아르헨티나 대표 소설가 사만타 슈웨블린이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한 호텔에서 자신의 문학 세계와 방한 소감 등을 밝혔다. 김영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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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거장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로 기억되는 아르헨티나 문학. 최근 30, 40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세계적 관심을 받으며 새로운 부흥기를 맞았다.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전년도(마리아나 엔리케스)에 이어 올해도 아르헨티나 작가인 사만타 슈웨블린(44)이 초대된 배경이다. 대표작 '피버 드림'과 '리틀 아이즈'로 각각 티그레후안상, 만다라체상을 받고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후보에도 두 차례 올랐던 라틴 문학계 대표 작가다. 두 소설 모두 지난해 국내에도 출간됐다. 축제가 한창 열리던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한 호텔에서 슈웨블린 작가를 만났다.

- 한국은 첫 방문인가.

"그렇다. 3일 전에 도착해 아직 많이 둘러보진 못했지만, 모든 것이 흥미롭다. 고향인 부에노스아이레스와 현재 10년 가까이 거주 중인 독일 베를린은 매우 다른 문화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두 문화권이 비슷해 보일 정도로, 한국은 매우 다른 것 같다."
한국일보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한 호텔에서 만난 사만타 슈웨블린은 자신의 작품 '피버 드림'과 '리틀 아이즈'의 한국어판 표지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가 소설 속 주요 캐릭터인 '켄투키'를 표지 모델로 삼은 '리틀 아이즈'를 들고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영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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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아르헨티나 문학계에 70년대생 여성 작가의 활약이 눈에 띈다고들 말한다. 그 대표 주자로서 생각은.

"남녀 작가 모두 좋은 작품을 쓰고 있다. 다만 여성들의 문학은 소수자 문학이라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전에 없던 얘기란 의미는 아니다. 예를 들면 도스토옙스키나 체호프 같은 거장들은 아기 젖 먹이는 장면을 어떻게 다뤘을까. 그들의 작품에는 이런 장면이 '있지만 없다.' 여성에 대해 너무 일반적으로 나열하듯 써서 실제와 다르다는 뜻이다. 여성 작가 문학은 이런 것들을 새롭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

- 대표작들이 공포 소설로 불린다. 그런데 모든 문학이 인간 내면의 불안과 공포를 다룬다는 점에서 당신 작품을 포함한 모든 문학이 '공포 소설'이 아닐까.

"그 말에 굉장히 동의한다. 나에게 문학은 기술적 도구에 가깝다. 우리 스스로 공포에 맞닥뜨리는 실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이 다른 예술과 다른 점이다. 독자는 내가 (문학 속)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등을 생각하게 된다. 이런 상상이 실제로 삶에서 중요한 결정을 바꾸게도 할 수 있다. 실제로 어떤 상처(혹은 손해)를 입지 않고도."

- 그런 문학 작품을 내놓는 것이 곧 작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나.

"작가와 문학의 역할을 구분해서 말하고 싶다. 작가는 자신의 문화와 언어도 알리지만, 시민으로서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여론 형성도 해야 한다. 정제된 언어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여론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작가의 글을 통해) 시위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한국일보

한국을 처음 방문한 아르헨티나 작가 사만타 슈웨블린이 지난달 28일 한국일보와 만나 최근 4~5년 영화를 통해 한국 문화를 더 알게 됐다면서 컬러풀한 이미지와 기술이 발달한 나라 등이 모두 영화에서 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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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웨블린의 작품은 사회 문제를 똑바로 겨냥하고 있다. '피버 드림'은 아르헨티나 농촌에서 문제가 됐던 화학약품으로 인한 환경 침해 문제를 소재로 삼았다. '리틀 아이즈'는 급격한 정보기술(IT) 발달로 우려되는 사회·윤리적 문제에 대해 질문한다. 그는 이를 "작가는 소란을 피워야 한다"고도 표현한다. 앞으로도 "소란을 피우기" 위해 갈수록 피해가 커지는 화재 재난이나 팬데믹 시기 부각됐던 노인 보건의 빈부 격차 문제 등에 대해 쓸 생각이다.

한국 독자들에게 한마디를 요청하자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 입을 뗐다. "한국 독자들이 아르헨티나 문학을 굉장히 다른 세계로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영화 '기생충'이 다른 나라에서 공감대를 얻은 것처럼(서로 통할 수 있다.) 결국 모두가 똑같은 인간이니까 멀리 있다고 생각지 말고 서로를 봤으면 좋겠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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