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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가렵냐, 나도 가렵다…가을 피부를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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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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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은 날씨가 쾌청하고 선선하지만 한결 건조해진 공기 때문에 가려움증(소양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가려움증은 피부를 긁거나 문지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매우 흔한 증상이다. 가려움증을 가볍게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이를 겪는 이들에겐 더없이 심한 고통이다.

가벼운 접촉이나 온도 변화, 정신적 스트레스와 같은 자극에 의해서도 악화될 수 있다.

정진호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가려움증은 매우 흔하고 정말 견디기 힘든 증상"이라며 "환자를 보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가려워서 미치겠어요' 또는 '가려워서 잠을 전혀 잘 수가 없어요'"라고 소개했다. 정 교수는 "가려움증은 원인이 반드시 있다. 환자와 의사가 머리를 맞대고 가려움증의 원인을 규명하고 그 원인을 없애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원인을 치료하지 않고 약으로 가려움증을 누르면 약을 중지했을 때 반드시 가려움증이 재발한다"고 강조했다. 가려움증을 잘 치료하려면 원인부터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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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움증은 원인이 한 가지이거나 두세 가지가 동시에 유발할 수도 있다. 6주 이상의 만성 가려움증은 다양한 피부질환과 전신질환, 불안이나 강박, 노화와 관련 있는 경우가 많다. 만성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피부질환은 피부건조증, 아토피 피부염, 건선, 두드러기, 접촉 피부염, 편평태선, 결절성 양진, 옴, 곤충 물림, 무좀 등이다.

전신질환은 만성 신장질환, 만성 간질환, 담즙 정체, 당뇨병, 갑상선 기능 항진·저하증, 고형암, 백혈병, 림프종, 진성 적혈구 증가증, 빈혈, 후천성면역결핍증 등 다양하다. 또 신경학적 원인인 다발성 경화증, 상완요골 가려움증, 이상감각등신경통, 대상포진 등이 가려움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강박반응성 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정신적 원인도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이러한 질환이 없더라도 노화가 진행되면 피부 장벽의 기능 저하로 인한 피부 건조와 피부 산도(pH) 변화, 면역시스템의 노화로 인한 Th2(T helper Cell 2) 매개 염증 반응의 증가, 촉각세포(Merkel cell) 감소로 가려움증이 나타날 수 있다.

김혜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혈액암이나 고형암에 가려움이 선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렵다고 해서 무조건 암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대부분의 가려움증 환자는 암이 아닌 노화, 알레르기 성향, 신장이나 간질환, 당뇨 등의 전신질환이나 피부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가려움증은 밤에 자려고 누웠을 때 더 심해질 수 있는데, 이는 밤에는 부교감 신경이 항진되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려움증의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자세한 병력 청취, 약물 복용력 확인, 신체 진찰과 다양한 검사를 통해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 원인 피부질환을 규명하기 위해 KOH 도말 검사, 옴 검사, 피부 조직 검사 등을 시행할 수 있다.

특히 미친 듯이 심한 가려움이 있는 경우, 요양병원에 환자 보호자로 머물렀거나 간병인으로 일할 경우 옴에 대한 검사를 반드시 진행한다. 피부질환이 동반되지 않은 경우 혈액검사를 통해 신장·간·갑상선 및 빈혈 수치 등을 확인하고 소변 검사를 통한 당뇨 여부, 흉부 X선 검사, 간염 및 매독,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항체 검사 등을 시행한다. 또한 필요시 악성 질환 감별을 위한 선별 검사를 진행한다. 이 밖에 신경학적·정신적 요인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치료는 가려움증의 원인 제거와 증상 완화를 위한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히스타민제는 가려움 조절에 많이 사용되는 약이지만, 만성 가려움증 환자들에게는 아쉽게도 항히스타민의 효과가 제한적이다. 따라서 만성 가려움증 환자들은 그동안 사이클로스포린과 같은 면역 조절제, 신경 전달 체계를 조절하는 가바펜틴이나 아미트립틸린 등을 많이 복용했다.

가려움증은 높은 온도에서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얇고 가벼운 옷을 착용하고 피부를 시원하게 하는 것이 좋다. 장신구나 몸에 꽉 끼는 옷을 삼가고 양모를 비롯한 자극적인 옷감 소재에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또 긁는 행위 자체가 가려움증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긁기보다 차가운 수건을 올려놓거나 손바닥으로 문질러주는 것이 좋다.

손톱을 짧게 유지하고 잘 때 장갑을 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피부가 건조하면 가려움이 악화되기 때문에 장시간 목욕하거나 때를 미는 것을 피하고, 보습제를 꾸준히 자주 바르도록 한다. 긴장과 불안도 가려움증 악화 요인이므로 잠을 충분히 자고 담배, 술은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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