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못할줄 알았지만 '경력자살' 할줄이야" 英총리 오른팔의 굴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불륜 저지르며 남편 아이 임신…英 새 총리의 '스캔들 돌파력' [뉴스원샷]


중앙일보

파운드화 폭락 속 열흘만에 백기…英트러스 “부자감세안 철회”


중앙일보

감세폐지는 72조 중 3조뿐…英총리 이번엔 "공공지출 줄인다"


중앙일보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이 3일(현지시간) 보수당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날 연설은 그에 대한 비판을 키웠다.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건 경력 자살(career suicide)에 다름 없다. 못할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못할 줄이야.”

영국의 유력지 가디언이 3일(현지시간), 쿼지 콰텡 신임 재무장관의 당일 연설을 두고 비판한 기명칼럼 중 일부다. 가디언은 이어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 내각이 난국일 것은 모두가 예상했던 바이지만 그들의 몰락이 이렇게나 빨리 올 줄은 아무도 예상 못했다”며 콰텡 장관의 사진을 싣고 “침몰 중”이라는 사진 설명을 달았다. 콰텡 장관은 최근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의 대표적 실책으로 꼽히는 고소득층 감세, 일명 '부자 감세' 철회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참모다. 이 정책 발표 후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역대급으로 폭락을 기록하자, 트러스 내각은 이를 허둥지둥 철회했다. 정책에 찬반인 양측 모두에 비판을 자초한 악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일보

3일(현지시간) 쿼지 장관의 연설을 듣고 있는 리즈 트러스 총리. EPA=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콰텡 장관은 이날 여당인 보수당의 연례 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연단에 올라 “솔직히 말씀드려서, (부자 감세안 때문에) 혼란이 좀 있었다는 점은 알고 있다”며 “비판을 경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식 화법 특유의 농담을 섞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 됐다. 보수당과 불편한 관계인 가디언뿐 아니라, 미국 매체들까지 비판에 가세했다. 정치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콰텡 장관을 지목해 ‘가미쿼지(Kami-Kwasi)’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자살공격대였던 가미카제와, 콰텡 장관의 이름 ‘쿼지’를 합성한 말이다.

콰텡 장관은 1975년 생으로, 영국 내각의 꽃인 재무장관에 발탁되며 트러스 장관의 오른팔로 등극했다. 영국에서 재무장관(the Chancellor of Exchequer)은 차기 국가 지도자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트러스 총리의 경쟁상대였던 리시 수낙 역시 재무장관 출신이었다. 그러나 이번 감세안 철회로 콰텡은 나라 안팎에서 경력을 스스로 망쳤다는 오명을 쓰며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중앙일보

리즈 트러스 내각 출범은 처음부터 삐걱대고 있다. 사진은 3일 당 연례 총회 중간의 참석자들이 지루해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 그도 2005년 정계에 진출하던 30세엔 당 안팎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떠오르는 샛별”이라며 주목하는 매체도 있었다. 그는 아프리카 가나에서 영국으로 유학을 온 이민자의 아들로, 유색 인종으로 내각에서 두각을 드러낼 인물로 기대를 모았다. 정치관은 뚜렷한 보수다. 동성(同性) 결혼에 반대표를 두 번 던진 기록도 있다. 정계 진출 후, 보수당의 유력 인사로 그보다 12살 연상인 앰버 러드 의원과 사귄 적도 있다고 한다.

정계 진출 전엔 JP모건 등에서 애널리스트를 한 적도 있으며, 경제 관련 칼럼을 집필하며 정계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 올해 47세인 그가 영국의 버락 오바마가 될 수 있을지는 그러나 현재로선 미지수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